“오바마 헬스케어때문에 2백만명의 실업자가 생겼다.”
미국 트위터상에서 수 많은 리트윗이 되며 화제가 됐던 뉴스들이다. 미국의 비영리 언론 씽크탱크인 아메리칸언론학회(API)에서 분석한 결과 이들은 모두 가짜뉴스로 드러났다. 지난 7~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17 세계편집인포럼에 모인 언론사 및 관련기관 관계자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근거 없는 가짜뉴스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 진짜뉴스처럼 회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보도의 신뢰성을 높이고 미디어와 SNS업체간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SNS악용하는 가짜뉴스 생성자들
아메리칸언론학회가 1만명의 저널리즘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언론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으로 ‘가짜정보의 범람’이 꼽혔다. 광고시장의 포화로 수 많은 언론사들의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뛰어넘을 정도로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SNS를 이용한다. ‘대중이 올리는 뉴스와 댓글이 더 파워풀해지면서 뉴스의 전달통로로서 SNS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때문(로젠탈 알브스 저널리즘나이트센터 이사)’이다.
필리핀의 시민저널리즘 미디어인 래플러의 마리아 레사 최고경영자는(CEO)는 ‘인터넷의 무기화’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SNS가 좋은 의미의 영향력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그 파워가 부정적으로 이용되면 혼란 역시 크다”고 우려했다. 래플러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SNS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26개 계정에서 200만명 이상의 이용자에게 가짜 뉴스가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가짜뉴스 작성자들이 만들어낸 선전성 뉴스가 폭탄테러와 연결되기도 했고 마녀사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게 래플러의 분석이다. 브라질 RBS그룹의 마르셀로 레치 부국장은 “젊은 세대들이 가짜 뉴스를 더 많이 볼수록 의견이 양극화되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SNS상에 잘못된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지만 개선을 위한 노력은 활발하지 않다. API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하루에 몇번씩 소셜 미디어에서 가짜정보를 본다고 답했으며, 그 중 약 3분의 2는 가짜뉴스에 대해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는것으로 나타났다.
◆커지는 팩트체킹 시장
가짜뉴스가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각국 미디어들은 팩트체킹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대선 이후 언론사들의 자체 팩트체킹이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년새 폴리티팩트 같은 팩트체킹 전문 회사들의 숫자가 2.5배나 증가하기도 했다. 업체의 숫자뿐 아니라 이들 회사들의 웹사이트 트래픽 역시 크게 증가했다는 게 API의 분석이다.
뉴스의 진위를 증명하는 것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품도 많이 드는 일이다. SNS상에서 가짜 뉴스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미국 퍼스트드래프트뉴스의 클레어 와들 연구이사는 “다양한 형태의 정보나 뉴스 가운데 가짜 뉴스를 가려내야 하고 과장되거나 변화된 이미지 등도 다르게 다뤄져야 한다”며 “패러디나 조크, 브랜드화된 콘텐츠, 조작된 정보, 과격한 정치 단체, 잘못 이용된 정보 등 가운데 완전히 잘못된 뉴스라고 볼 수 없는 것도 있기 때문에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칠 수록 신뢰있는 보도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영국 윤리저널리즘네트워크의 에이단 화이트 이사는 “인터넷이 가짜뉴스의 무기가 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회복되야 한다”며 “정확하고 사실에 근거한 뉴스, 독립적이고 공익에 부응하고 중립적인 저널리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디지털미디어 전문가 칼레 정크비스트 컨설턴트는 가짜 뉴스와 낮은 뉴스 신뢰도로 인해 유료언론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제인 엘리자베스 API 수석매니저는 “독자들이 이미 팩트체크를 마친 기사조차 믿지 못할 정도로 신뢰의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언론사들은 가짜 정보를 수정하고 오피니언 리더와 협업해 진짜 정보를 확산시키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자체 SNS팀을 꾸려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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