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대표는 이날 그의 정치 역정과 보수세력의 개혁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저서 《다시 쓰는 개혁보수, 나는 반성한다》를 출간했다. 그는 책에서 “홍 전 지사가 지난 2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 재판 중이었는데 무죄 판결을 받으면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었다”며 “그러더니 (탈당하지 않고) 자유한국당에 남아버렸고 이후에 당을 합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친박을 몰아내기는커녕 친박과 그 지지층에 기대 대선에 출마했다”고 적었다. 이어 “(홍 전 지사는) 주머니 속의 한 줌 권력을 버리지 못하고 구태를 반복하는 가짜 보수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책 속에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창당 과정에서 힘을 보태지 않았던 4선 중진인 나경원 한국당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는 나 의원을 겨냥해 “함께 탈당하기로 한 동료 의원이 신당을 ‘유승민 패권정당’이라고 비판해 창당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신당에서 원내대표를 맡지 못하게 되자 신당 합류 의사를 철회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지사에게는 “탈당 결행 전날까지도 (창당 준비조직인)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했던 정치 선배의 변해버린 모습은 허탈하기까지 했다”며 “존경하고 따랐던 선배가 태극기 집회에 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모습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전 대표의 책 내용이 알려지면서 한국당 당권주자인 홍 전 지사와 원유철 의원 간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 제2차 전당대회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는 책 내용을 두고 설전이 오갔다.
원 의원은 “(정 전 대표의) 책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제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의 분열을 막고자 호소했을 때 (홍 전 지사는) 바른정당에 가려고 다짐했던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홍 전 지사는 연설 직후 현장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 전 대표 자서전 내용을 반박했다. 그는 “정병국 의원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바른정당 창당 후 주호영 원내대표가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해 바른정당으로 오라고 했지만 저는 ‘재판 중이라 말할 처지가 못된다’며 거절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영남권 광역단체장들이 바른정당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일일이 전화해 새누리당 탈당을 막은 사람이 바로 나”라며 “원 의원의 음해는 용납하지 않겠다. 저런 후배와 경선을 치러야 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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