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보험은 불안을 위로한다

입력 2017-06-26 17:54   수정 2017-06-2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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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도 <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mjd00053@ksure.or.kr >


최근 세계 각국 대표를 자칭하는 청년들의 TV 토론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주제는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가’였다. 한 출연자가 보험회사는 사람의 불안감을 이용해 장사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중국에서 온 한 청년은 “보험을 통해 미래에 대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며 “보험은 불안감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한다”고 말했다. 이 외국인 청년의 말은 보험회사 사장으로서 필자가 다시금 보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줬다.

보험이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험이 없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불안감을 부추기는 광고, 보험사 간 과잉 경쟁, 깨알같이 쓰인 복잡한 약관은 이를 더욱 부추긴다. 현대인은 때로 과도하게 부풀려진 불안을 담보하기 위해 보험을 찾는다. 중남미 부호들은 납치됐을 때 몸값을 보장하는 납치보험에 가입하고, 미국 유명 연예인들은 특정 신체 부위에 거액의 상해보험을 들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여행지에서 예상치 못한 비나 눈이 내릴 경우 여행 비용 일부를 보상하는 날씨보험까지 팔린다고 한다.

보험은 원래 개인이 공동체를 이뤄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다. 고대에도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원시적 형태의 제도가 있었지만, 오늘날 보험 제도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는 14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해상 무역에 종사하는 상인과 선원이 모여 항해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공동의 부조금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런 형태가 발전해 현대의 보험이 된 것이다.

오늘날 보험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민간 보험사에서 감당하기 힘든 위험이 존재한다. 공적 영역에서 운영할 때 효율성과 사회 전체의 편익이 더욱 높아지는 보험도 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과 같은 4대 사회보험과 함께 무역환경의 불확실성 속에 한국 수출기업의 안전한 수출 거래를 보장하는 무역보험도 그 예라 하겠다.

현대의 보험은 단순히 미래에 입을 손실이 불안해서 가입하는 것이 아니다. 손실 방지는 기본이며, 미래의 안정을 추구하고 궁극적으로 본인뿐 아니라 가족, 친지, 동료 등 소중한 사람을 위험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외국인 청년의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는다. “보험은 불안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하는 것이다.”

문재도 <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mjd00053@ksure.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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