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섭 회장 "반도체 잘 다루는 나라가 세계 주도"

입력 2017-06-26 17:57   수정 2017-06-27 07:22

《규석기 시대의 반도체》 펴낸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벤처 1세대 전문성 살려 다섯 번째 반도체 교양서적 출간
"4차 산업혁명도 반도체 의존해야…한국에 가장 위협은 중국일 것"



[ 좌동욱/노경목 기자 ] “석기 시대에는 돌을 잘 다루는 씨족이 번성했고, 청동기 시대에는 구리를 잘 다루는 부족이 지배했으며, 철기 시대에는 철을 잘 다루는 국가가 세계사를 주도했다. 이제 ‘규석기 시대’에는 반도체를 잘 다루는 국가가 전 세계를 호령할 것이다.”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사진)이 한국 반도체 역사와 현황, 미래 전망을 담은 반도체 교양서적 《규석기 시대의 반도체》를 펴냈다. 반도체 제조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시각으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을 알기 쉽게 서술했다. ‘규석기’는 반도체 원재료인 규소의 앞글자를 딴 조어다. “초연결과 융합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씨앗이 결국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게 박 회장의 지론이다.

김 회장이 주장하는 ‘반도체 서진(西進)설’도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그는 “인류 문명의 중심은 태양의 궤도를 따라 동에서 서로 이동한다”는 토인비의 문명 서진설을 빗대어 “한국 반도체산업의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라고 역설한다. 김 회장은 “반도체산업 패권이 ‘미국, 일본, 한국’ 순이었으며 그다음이 중국, 인도”라며 “과거 일본의 몰락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30여년 전 한국 반도체산업의 출발은 초라했다”고 강조한다. 당시 한국엔 반도체 기반 기술이나 내수 시장이 없었다.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반도체 강국 일본의 조롱거리였다. 그런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2013년 일본을 꺾고 세계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특히 메모리에서는 2003년 정상에 오른 뒤 단 한 번의 추월도 용납하지 않은 전대미문의 기록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이 만약 북한의 공격이라도 받게 된다면 전 세계 산업이 마비되는 대재앙이 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1988년 창업해 29년간 정보기술(IT)업계에 종사한 벤처 1세대다. 대학 시절 단돈 85만원으로 창업해 여러 번 망하고 재기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바른전자를 반도체 전문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주력 생산품은 마이크로SD카드, eMMC 등 메모리 반도체다. 다양한 집적회로(IC) 소자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하는 시스템 패키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매출 2416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거뒀다.

《규석기 시대의 반도체》는 김 회장이 저술한 다섯 번째 책이다.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반도체발 기술 혁신이 빛과 같은 속도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류는 전혀 새로운 문명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원자를 기억소자로 사용하는 양자 컴퓨팅 시대가 오면 우주 전체가 거대한 저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21세기 문명과 비문명의 기준을 구한다면 그 중심에 양자 기술이 있을 것입니다.”

좌동욱/노경목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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