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관우 기자 ] 박인비(29·KB금융그룹·사진)는 웬만해선 퍼터를 바꾸지 않는다. 지금까지 사용한 퍼터가 캘러웨이의 세이버 투스와 투볼 퍼터 두 개 정도다. 형태도 일자형보다는 뒤통수가 있는 맬릿형을 선호한다. 한때 블레이드형 퍼터(L자형)를 시험 삼아 써보긴 했지만 이내 맬릿으로 돌아왔다. 이 퍼터로 그는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 골든슬래머가 됐다. 퍼터 시장에서도 ‘박인비 퍼터 달라’고 하면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내놓는다.
세계 최강 퍼팅을 자랑하는 박인비가 지난 26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월마트NW아칸소챔피언십에서 새 퍼터를 들고 나와 골프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에게 선택받은 주인공은 테일러메이드의 스파이더 레드 퍼터. 일명 ‘빨간 퍼터’로 불리는 신제품이다. 더스틴 존슨(미국), 제이슨 데이(호주)에 이어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존 람(스페인) 등 유명 남자 골퍼가 잇달아 이 퍼터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자 ‘대세’라는 말을 들은 퍼터다. 퍼터가 큼직하고 각이 져 남자 선수가 주로 썼다. 최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크리스티 커(미국) 등 여자 선수들도 사용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이 퍼터를 박인비가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데 골프계는 주목했다. 한 인터넷 밴드의 아마추어 골프모임은 단체주문을 하기 위해 신청자를 받기 시작했다. “박인비까지 선택했다면 대세를 입증한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캘러웨이는 아연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고, 테일러메이드는 쾌재를 부르는 상황이 연출됐다. 박인비는 퍼터 계약을 따로 맺지 않아 브랜드 선택이 자유롭다.
하지만 박인비의 ‘변심’은 하루짜리 해프닝으로 끝났다. 1라운드에서 레드 퍼터를 들고 나온 박인비가 하루 만에 다시 예전의 투볼 퍼터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첫날 2언더파를 친 박인비는 둘째 날과 마지막 날 각각 6언더파, 4언더파를 쳤다. 박인비는 “퍼팅감이 떨어져 한 번 시도해본 것”이라며 “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박인비뿐만이 아니다. 올초 테일러메이드와 클럽 사용 계약을 맺은 로리 매킬로이는 그동안 스카티카메론 퍼터를 써오다 지난주 열린 US오픈에서 처음 레드 퍼터로 갈아탔다. 하지만 이어 열린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서는 다시 예전의 일자형 퍼터를 들고 나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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