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겨우 버티는데"…선구조조정 나선 중소기업들

입력 2017-06-26 19:55  

김낙훈의 현장 속으로

불황에 인건비 급등 이중고…인력 줄이고 신규채용 중단
"정부가 임금 주는것 아닌데 지불능력 따라 결정돼야"



[ 김낙훈 기자 ]
충남에 자리잡고 있는 한 중소기계업체의 K사장은 최근 전 직원이 모인 가운데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그는 “갈수록 일감이 줄어드는데 인건비는 줄기차게 오르고 있다.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이직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옮겨달라”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 인근의 다른 사업장에서 만난 B사장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지역 기업인끼리 모이면 경기 침체와 임금 인상 얘기를 하면서 한숨을 쉰다고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3년 내 최저임금 시급 1만원 도달’이 무척 부담스럽다고 했다. B사장은 “2020년께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에 도달하면 이 일대 회사는 한 곳도 흑자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때 가서 큰 낭패를 보느니 지금 미리 준비해두자는 생각에서 인력절감에 나서는 곳이 많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인쇄업체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직원 40명 중 절반을 그만두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P사장은 “며칠 전 노무사를 찾아가 상담했고 해당 노무사에게서 회사의 전반적인 사정을 감안할 때 정리해고에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사에게서 ‘요즘 구조조정을 문의하는 중소기업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도금 열처리 주물 단조 염색 등 뿌리산업이나 기반기술 분야에서 사업하는 영세 중소기업은 걱정이 태산이다. 이들은 평소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외국인 고용을 많이 늘려왔다.

경기지역 건자재 제조업체의 C사장은 “외국인 근로자의 시급을 최저임금으로 계산해주더라도 잔업수당과 4대 보험, 퇴직금, 세 끼 식사, 기숙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월 250만~300만원이 든다”며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되면 매월 외국인에게 지급하는 비용이 350만~400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세 기업이나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이런 부담을 지면서 사업을 계속 영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격이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자동화를 통해 고용을 줄이거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아니면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자영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주야간으로 음식점 문을 여는 L사장은 5명의 종업원 중 이달 초 한 명이 그만두자 충원하지 않고 4명으로 꾸려가고 있다. 종전에는 곧바로 충원했으나 이젠 달라졌다. 추가로 두 명이 그만두면 야간영업을 중단할 작정이다. 종업원을 5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셈이다. L사장은 “불황이어서 하루에 1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조차 어려운데 종전처럼 5명의 종업원을 유지한 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맞으면 하루에 인건비 임차료 재료비 등 비용만 100만원이 넘게 든다”며 “적게 팔아 적게 벌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영세 소상공인은 근로자와 ‘삶의 질’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며 “그런데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면 ‘탐욕스런 자본가’로 몰리는 사회 분위기가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그는 “임금은 정부가 주는 게 아니라 기업이 주는 것인 만큼 지급 능력에 따라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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