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하트비트 페스티벌' 참가
여름 하면 레게다. 바삭바삭하게 타오르는 태양 아래 흥겨운 레게를 듣다 보면 일상을 벗어나 레이드백(laid back)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국내에서 레게 하면 대중들은 '무한도전'의 하하와 그와 함께 프로젝트 앨범을 냈던 스컬을 떠올린다. 이들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레게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루드 페이퍼의 쿤타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쿤타는 하하가 먼저 떠오른다는 말에 "전혀 섭섭하지 않다"라며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건 평가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쿤타에게도 유명세와 돈, 화려한 삶이 꿈의 전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년 전 밥 말리의 나라 자메이카에서 넓힌 식견은 그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다.
"자메이카로 여행을 간다면 말리고 싶어요. 관광지는 물론 평화롭지만 빈민가에서 죽을 뻔했거든요. 여행하면서 어떤 것이 레게고, 음악인지를 떠나 '내가 하는 것들이 대단한 것이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인생에서 욕심을 버리고 안태현의 인생에만 포커싱하게 됐죠."
한국으로 돌아오고서 가장 처음 들은 음악은 '하하 앤 스컬'의 신곡이었다. "스컬 형에게 곡을 들었다고 하면서 '별론데?'라고 장난스럽게 말했죠.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는 내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어요."
올해로 서른 네 살이 된 쿤타는 2001년 그룹 '집시의탬버린'을 통해 처음 이름을 알렸다. 당시에는 랩을 했었는데 2006년 쿤타 앤 뉴올리언스로 데뷔하면서 본격적인 레게의 길로 들어섰다.
"제가 하는 음악이 레게인지조차 몰랐던 시절이 있었어요. '집시의탬버린'에서 랩을 하다가 후렴을 만들 사람이 필요한 거였죠. 그래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레게는 1960년대 말 리듬 앤 블루스의 전통적인 흑인 음악에 미국 소울 뮤직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가미된 장르다. 뮤지션들은 당시 자메이카의 정치와 삶에 대한 사회비판적인 이야기를 레게에 녹여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렇게까지 비참한 사회는 아니지만 돈이 종교가 됐죠. 세상에는 돈의 가치보다 중요한 것이 더 많은데 모든 가치 판단의 중심이 돈입니다. '쇼미더머니' 등에서 돈, 돈, 돈 하는 것은 래퍼들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자본주의 시스템에 살면서 세뇌된 거죠."
그는 안태현이라는 평범한 인간과 가수로서의 쿤타를 완벽하게 양분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제 이름이나 음악은 알아도 얼굴을 모르는 이 정도가 딱 좋아요. 차라리 많이 몰랐으면 할 때도 있어요. 연예인을 못 하는 성격이죠. 안태현의 삶을 지키고 싶고요. 안태현이 조금 더 자유롭게 음악적 영감을 받고 그의 삶을 쿤타가 예술적으로 바꾸어서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쿤타는 그래서 다양한 페스티벌과 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그는 오디오 트랙으로 리스너들을 만나는 것은 재미가 없다고 했다.
"피처링도 많이 하고는 있지만 오디오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무대를 연극처럼 생각합니다. 보통 무대에 오르면 프리스타일로 노래해요. 어렵진 않아요. 오히려 무대에 오르기 전 어떻게 노래할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떠오르거든요. 그날, 단 한 번밖에 들을 수 없는 노래라, 멋있지 않나요?"
쿤타의 프리스타일은 7월 22일 한강 난지지구에서 열리는 '2017 하트비트 페스티벌'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에서의 공연이란 중산층들의 문화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공연 문화가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트비트 페스티벌'은 호러 앤 뮤직 페스티벌이라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문신도 많고 해서, 분장 없이 그냥 가도 될 것 같아요(웃음). 간혹 저를 무서워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하하. 앨범 찾아봤자 없는, 프리스타일 공연 함께 즐기시죠?"
한편 '하트비트 페스티벌'에는 쿤타와 루드페이퍼 뿐만 아니라 '쇼미더머니6' 프로듀서 도끼(DOK2), 고등래퍼' 준우승자 최하민(오션검), '쇼미더머니' 출신 레디(Reddy), 음원퀸 헤이즈가 스테이지에 올라 여름 밤 열기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하트비트 페스티벌' 공식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HeartBeatFestival.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김민재 photographed by MKS / 스튜디오 wannabe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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