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구가 더울수록 우리는 더 뜨겁다…LG전자, 평택 칠러 공장 가보니

입력 2017-06-28 11:00   수정 2017-06-28 13:35

해외 매출 절반 가량 차지…중동·동남아 수출 첨병 역할
"차별화된 기술력과 국산화가 경쟁력"



지난 27일 경기 평택시 진위면 진위2산업단지 LG전자 칠러공장. 대형건물의 시원함을 책임지는 냉각기(칠러, chiller)를 만드는 공장이라지만, 공장 안 열기에 헬맷까지 쓰니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LG전자 평택 칠러 공장은 면적만 13만8000㎡로 축구장 4개 넓이와 비슷하다. 5개의 생산 구역은 각각 가로, 세로가 각각 190m, 30m에 달한다. 높이가 35m에 달하는 공장 안에는 30여대의 크레인이 매달려 있었다. 적게는 20kg부터 50t까지 들수 있는 괴력의 팔들이었다. 두 명이 한 조가 된 작업조들은 분주했다. 용접공들은 외부인의 인기척을 신경쓸 겨를없이 집중했다. 두꺼운 철판의 용접작업은 로봇의 손에 맡겨졌다.

"용접하는 기술의 정밀도만 놓고 보면 조선소에 버금갑니다. 물과 가스가 통과하고 온도차이도 있다보니 '기밀'이 중요하니까요. 수주가 계속되다보니 작업량은 많습니다. 정밀도와 정확성이 필요하다보니 검수와 시험이 중요한 작업니다."(칠러생산팀장 고명해 부장)

생산현장 작업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9년에 달한다. 신입사원이 교육을 마치고 생산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려면 약 5년이 걸릴 정도다. 작업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칠러 생산의 달인이나 다름없다.

◆ LG전자 칠러공장, 생산자 평균 근속연수 19년 달해

이렇게 LG전자 칠러공장이 열기를 뿜으며 돌아가는 데에는 '수출'이 한 몫을 했다. 일년 내내 여름이나 다름없는 중동, 동남아, 중남미 등의 발전소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청사, 공항까지 칠러를 비롯한 다양한 공조제품을 공급하면서다.

칠러가 포함된 공조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3500억원. 이 중 해외에서 일어난 매출액이 절반을 차지했다. 수주산업인 탓에 신규 진입이 어려운 시장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LG전자의 성과는 놀랍다는 평가다.

더군다나 LG전자는 칠러사업을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을 인수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인수금액은 1500억원이었다. 5년 여만에 1년 매출액이 그 이상을 거두고 있으니 LG전자로서는 그야말로 알토란같은 사업이 된 셈이다.

이러한 급성장의 비결은 '국산화'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박영수 칠러BD담당 상무 "국내외에서 대형프로젝트를 따낸 비결은 국산화"라며 "칠러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은 물론 관련기술까지 100%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했고, 고객들에게 안정된 유지보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칠러는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 대형건물 등에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냉각설비다. 흔히 대형건물 꼭대기의 '냉각탑'이라고 얘기하는 것들이 칠러설비다. 시원한 바람이 필요하다보니 더운 나라의 대형시설에는 필수이고, 기계 설비다보니 유지·보수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 연구·개발로 부품 국산화, 비용절감·서비스 향상 → 수주 증가로

LG전자가 중동 및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부품 국산화에 노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은 물론 시설확장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전주에 있던 칠러 공장을 지난해 11월 평택으로 확대 이전하면서 2000억원을 투자했다. 평택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냉동기 기준으로 1000대 수준이다. 냉동기에 연결되는 실내기 등 부속 제품을 모두 포함하는 경우 2000대까지 늘어난다.

부품을 100% 국산화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LG전자는 정기적인 교체가 필요한 소모품의 가격을 수입 제품의 70% 수준으로 낮췄다. 제품을 사용한 기간별로 관리비용을 차등화하는 등 합리적인 유지보수 상품을 제공하다보니 ‘총합 공조 솔루션'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정진희 칠러선행개발팀장 수석연구위원(부사장)은 이른바 '꿈의 칠러'는 유지보수가 필요없는 칠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칠러를 비롯한 공조설비는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유지보수가 필요하고 이 또한 비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유지보수가 최소화된 설비를 공급받고 싶어하는 건 당연지사다.

이러한 '꿈의 칠러' 요건을 충족시켜주는 제품이 윤활유를 사용하지 않는 '무급유(無給油) 칠러'다. 보통 기계는 '닦고 조이고 기름칠'이 필요하다. 칠러 또한 마찬가지지다. 하지만 LG전자가 2015년 독자개발한 이 기술은 기름칠이 필요없는 ‘에어베어링 무급유 인버터 터보 냉동기’다.

LG전자는 윤활유를 대신해 냉매 가스가 윤활작용을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윤활유를 주기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없어 제품 유지 측면에서 비용이 적게 들고 관리가 수월하다. 올해 초에는 윤활유 없이 자기부상의 원리를 이용해 마찰을 줄인 ‘마그네틱 무급유 인버터 터보 냉동기’도 내놨다.

정 팀장은 "저용량 제품에 적합한 에어베어링 방식과 대용량 제품까지 적용할 수 있는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 모두를 자체 개발한 경우는 업계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라며 "LG전자가 기술력으로는 이미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다. LG전자는 정확한 성능시험을 위해 생산공정 마지막 단계에 총 6개의 시운전 설비를 구축했다. 이 설비는 최대 3000냉동t(1냉동t은 24시간 안에0℃ 물 1톤을 얼음으로 만드는 냉동 능력) 용량의 제품까지 자체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

엄격한 성능테스트를 통과한 LG전자 칠러는 미국냉난방공조협회(AHRI)를 비롯해 미국기계기술자협회(ASME),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여러 국제공인기관으로부터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 중국, 중동, 동남아 등지서 해외 수주 성과 '속속'

생산과 기술을 모두 갖춘 LG전자의 다음 목표는 영토 확장이다. 국내 칠러 시장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에 개관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하남'이나 영종도에 지어진 '파라다이스시티'에 공급된 칠러도 LG전자 제품이다.

LG전자는 올해 칠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해외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중국,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UAE, 아시아의 베트남, 필리핀 등이 해당된다.

이미 수주 낭보는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난 4월 베트남 화력발전소에 이어 최근 두바이 대규모 상업지구 수크와산빌리지(Souq Warsan Village)의 지역냉방 프로젝 트에도 공조 솔루션을 일괄 공급하기로 했다.

박영수 상무는 “50년간 축적한 공조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지속 투자해 LG전자를 글로벌 1등 칠러 브랜드로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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