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동문 쪽 자취방, 2달간 내놓습니다"
서울 소재 Y대 학생 김상헌 씨(가명·22)는 최근 학교 앞 자취방을 내놓았다. 김 씨는 방학을 맞아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두 달 동안 방을 비운다. 그는 "월세 40만 원씩 내고 비워놓기 아까워 단기 임대를 놓았다"고 말했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방학을 맞아 월세방 세입자가 다시 세놓는 '전대차'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방학 때 사용하지 않는 방을 세놓으려는 학생과 방학 때만 잠시 거주공간이 필요한 수요가 맞아떨어져 생겨난 풍속도다.
방을 내놓는 대학생들은 김 씨처럼 고향에 내려가거나 해외여행, 교환학생 등의 사정으로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1~3개월 등 1년 미만 단위로 보증금 없이 세입자가 임차인에게 기존 월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좌로 직접 입금하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진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대학생에게는 주거비 한 푼이 아까운 실정.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소비구조의 특징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월 실질 소비 지출 가운데 주거비 부담(18.9%)이 가장 컸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도 대학생 1인 월 평균 주거비가 63만 원에 달한다는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이 때문에 가급적 이사 비용도 들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임차인은 대부분 개인 소지품을 그대로 두고 나가고, 세입자는 여행용 캐리어 하나 분량 정도의 짐을 싸 입주한다. 침구나 가전 등은 놓아두기 때문에 단기 임대기간에 최소한의 소지품만 갖고 들어와 생활한다고 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집을 비운 기간 월세를 받을 수 있고, 세입자는 단기 임대지만 부동산 중개료, 이사 비용 등이 들지 않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뉴욕 등 집값이 비싼 외국 대학가에선 이 같은 전대차 거래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학 동안 계절학기 수업을 듣거나 취업 준비 등에 집중하기 위해 짧은 통학거리를 원하는 대학생들이 주된 수요층이다.
대학생 오준성 씨(가명)는 "여름방학 계절학기를 신청해 딱 3주만 사용할 방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민아 씨(가명·24)도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두 달 정도의 방학 동안 학교 도서관과 근처 학원에 다니려고 한다. 통학시간을 아끼려고 방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대학 재학생이 국내 대학으로 계절학기 수업을 듣으러 오거나 서울로 인턴십을 하기 위해 잠시 거주할 방을 찾아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각 대학 커뮤니티나 인터넷 부동산 카페, 지인 소개 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다만 전대차 거래는 임대인 동의 여부에 따라 불법적 거주공간 점유가 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해당 주택에 대해 전세권 설정 계약을 통해 등기가 설정된 전세권자는 별도 동의 없이도 전세권을 타인에게 양도 또는 담보로 제공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권 설정 계약을 하지 않은 임차인이 주인 동의 없이 무단으로 방을 임대하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자칫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입자가 쫓겨나거나 임차인으로부터 월세를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무단 전대를 한 임차인의 경우 세입자가 기물을 파손하는 등 재산상의 손실을 끼쳤을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신촌의 한 공인중개사는 "방학 동안 대학생 간 전대차 거래가 빈번한데 정식 계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문제 될 만한 부분은 없는지, 책임 여부를 어떻게 나눌지 등에 대해 세입자와 임차인이 충분히 사전 협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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