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현 "똑바로 더 나간 드라이버 샷 '일등공신'…수학 문제 풀 듯 샷 성공확률 계산해요"

입력 2017-06-28 17:21   수정 2017-06-29 07:04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연패 오지현의 '우승 공식'


[ 이관우 기자 ] “학교(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에서 수업 듣고 저녁엔 연습장에 갔어요. 평소 루틴입니다.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야죠.”

그래도 조금은 들떠 있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생애 첫 타이틀 방어, 대회 첫 2연패라는 만만찮은 결실을 따낸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7’ 챔피언 오지현(21·KB금융그룹)을 지난 27일 만났을 때다. 우승 후 이틀간의 행적과 소감을 물었더니 “우승 감격을 누리는 건 딱 하루면 충분한 것 같다”는 ‘묵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1년 전과 같은 대회, 같은 인터뷰지만 그의 1년은 다른 차원으로 그를 이끈 듯했다.

최소 15야드 늘자 차원 다른 골프 눈떠

“투어 4년차가 됐으니 좀 노련해진 면도 있어요. 하지만 비거리가 완전히 달라진 게 더 큽니다. 3번 우드 티샷을 자주 해서 통계는 그다지 늘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는데 실제로는 최소 15야드 이상 편하게 보낼 수 있게 됐거든요.”

등과 코어 근육을 키웠더니 밸런스가 좋아져 비거리뿐만 아니라 정확도까지 좋아졌다. 코어는 배꼽 주변과 옆구리, 엉덩이, 등허리 부분의 4~5가지 근육(횡격막, 다열근, 복횡근, 골반기저근 등)을 말한다. 헤드 스피드의 원천이다.

오지현은 “같은 거리에서 한 클럽 짧은 아이언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른지를 처음 알았다”며 “드라이버는 쇼가 아니라 돈이라는 얘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강해진 힘이 근육과 관절을 잘 통제해 몸체의 불필요한 흔들림이 줄었다는 얘기다.

실제 ‘퀄리티 샷’의 척도인 그린 적중률이 투어에 데뷔한 2014년 69.40%였다가 올해 72.39%로 높아졌다. 데뷔 이래 최고치다. 홀컵 가까이 공을 보낸 덕에 퍼팅까지 쉬워졌다. 평균 퍼팅 수가 29.88로 올해 처음 ‘챔피언 존(zone)’으로 불리는 20대로 진입했다.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생애 최저타 타이기록인 8언더파를 몰아쳐 역전우승의 발판을 놓은 배경이다.

힘을 쉽게 쓸 수 있도록 스윙을 다듬은 게 날개를 달아줬다. 오지현의 스윙 코치인 조민준 프로는 “(지현이는) 몸의 흔들림이 많은 반면 상·하체는 제대로 꼬이지 않는 느슨한 스윙을 하고 있었다”며 “힘이 잘 축적되도록 하체 회전과 코킹은 적게 하되, 스윙 아크는 큰 스윙으로 바꾼 게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우승은 아일랜드가 준 선물”

그는 친한 지인이 “이름이 오(5)지현이니 이번 우승은 네 차례”라고 농담 삼아 말했는데 진짜 우승할 것 같은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번 대회 전 ‘지현’이란 이름의 챔피언이 네 번 연속 나오자 다섯 대회 연속 ‘퀸지현’ 배출 여부에 팬들의 기대감이 컸다. 오지현이 흥미로운 드라마를 완성한 것이다.

운명을 믿는 걸까. 그는 “종교는 없지만 확실한 운명론자”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만 제대로 하면 나머지는 운명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물론 코스와의 궁합이 워낙 잘 맞았다. “제가 좋아하는 드로 구질에 유리한 코스가 워낙 많았습니다. 핀 위치도 드로 구질에 좋은 왼쪽이 많았고요. 게다가 평소 좋아하는 양잔디였죠.”

때로는 느슨한 골프가 좋은 결과 이어져

그는 어려서부터 체구가 작고 성격이 예민했다. 운동보다는 수학 물리학 의학 같은 공부에 관심이 더 많았다. 지능지수(IQ) 143인 그는 수학경시대회 1등과 전교 1등을 한 적도 많았다. 오지현은 “골프도 확률게임인 것 같다”며 “샷을 할 때마다 수학문제 풀 듯 성공 확률과 위험도를 계산해보곤 한다”고 말했다. 뭐든 지기 싫어하는 승부사 기질은 수학 교사인 엄마(천미영·46)를 닮았고,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은 철인3종 마니아인 아버지(오충용·50)를 닮은 것 같단다. 아버지는 2년 연속 오지현의 캐디백을 메고 대회 2연패를 합작했다.

오지현은 완벽주의자다. 스스로 짠 스케줄을 어긴 기억이 거의 없다. “나는 나와의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고 공언한 일본의 야구 천재 스즈키 이치로를 연상케 한다. 결벽증은 아닐까.

“생각해보면 좀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할 일을 미루면 불안했거든요. 방학숙제도 방학하는 그날이나 다음날까지 다 해치워야 속이 편했죠. (박)인비 언니가 그런 저보고 자기랑 성격이 비슷하다고 웃더라고요.”

“해외 진출은 아직 먼 얘기”

하지만 “골프는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그는 웃었다. 한 번 더 외우고 문제집을 더 풀면 보상이 따르는 공부와 달리 무작정 열심히 하면 오히려 부상을 당하거나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게 ‘열심히 골프’의 부작용이라는 것.

“골프는 내려놔야 잘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치겠다는 것보다 느슨하게 친 샷이 더 정확할 때도 많고요.”

그는 발동이 늦게 걸리는 편이다. 1·2라운드 성적보다 3·4라운드 성적이 좋고 통산 3승 모두 역전승을 거둔 것도 그렇다. 처음부터 일관된 경기력과 집중력을 유지해야 가능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그래서 한 번쯤 해보고 싶단다. 해외 진출은 아직 먼 얘기다.

“국내 투어에서 경험을 더 쌓고 싶습니다. 아! 이제 가도 되겠구나 하는 때가 올 거라 믿거든요. 그때까지 성적이 좀 안 나와도 저 잊지 말아주세요.”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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