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해진 외국인 환자…강남 성형외과 '폐업 공포'

입력 2017-06-28 18:59   수정 2017-06-29 16:55

일부 병원 임대 현수막 내걸어
전국서 올 4월까지 26곳 문닫아…시술비 인하 등 허리 졸라매

관절척추 시장도 '삐끗'
재활의학 등 비수술 가세…공급 포화로 경쟁 치열
"해외 환자 의존도 낮추고 과잉진료 관행 되돌아봐야"



[ 이지현/임락근 기자 ]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 등으로 중국에서 한국을 찾는 환자가 줄고 미용 성형, 관절척추 분야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영 위기를 겪는 동네의원이 늘고 있다. 의사를 줄이거나 폐업을 택하는 의료기관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한국 의료기관의 체질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늘어나는 성형외과 폐업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폐업한 성형외과는 26곳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곳, 2015년 16곳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올해 폐업한 성형외과의 절반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병원이었다. 성형수술의 메카로 불리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신사동 성형외과 거리도 예전 같지 않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폐업까지 가지 않더라도 병원 규모를 줄여 이전하는 성형외과가 많다”며 “공실률이 30% 정도 늘었다”고 했다.


시술비 할인 경쟁도 치열하다. 환자가 줄자 중대형 성형외과까지 시술비 인하에 뛰어들었다. 신사동의 A성형외과는 120만~150만원이던 지방재배치, 리프팅 시술 등을 지난 5월부터 100만원에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안건영 대한브랜드병의원협회장(고운세상피부과 대표원장)은 “최근 수년간 성형외과들이 앞다퉈 병원을 키우고 중국어 코디네이터와 해외 마케팅 직원을 고용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했다”며 “중국 환자가 뚝 끊기자 시술비를 내리고 구조조정 등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관절척추 시장 경쟁도 치열

중소형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본격화된 것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지면서다. 메르스가 유행한 5~7월엔 환자 발길이 사실상 끊겼고 사태가 끝난 뒤에도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한국 원정 성형수술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데다 사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성형외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과잉수술 여론이 확산되면서 관절척추 분야 병원들의 구조조정도 시작됐다. 수술을 많이 하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이 주춤해지자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한방병원 등이 비수술 척추 치료시장에 뛰어들었다. 환자 유치를 위해 비급여 검사비를 할인하는 병원도 늘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관절척추병원은 통상 30만~50만원 수준인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비용을 16만원으로 낮췄다. 서울 강서구의 척추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현수막만 걸어도 다른 병원에서 지역 보건소에 민원을 넣을 정도로 신경전이 치열하다”고 했다.

◆“체질 개선 기회 삼아야”

성형외과 정형외과 등은 개원가에서 수익을 내던 대표 진료과다. 하지만 최근 어려움에 빠지면서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술하지 않아도 될 환자들까지 무리하게 수술을 유도하는 과잉 진료로 몸집을 부풀려온 것이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는 반성에서다.

중국에 치중하는 해외 환자 유치 전략도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남아시아 러시아 미국 유럽 등에서 성형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진기남 연세대 보건행정과 교수는 “시장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며 “양보다는 질 중심으로 해외 환자 유치 사업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임락근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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