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고 있지만…자영업자 살리는 '장수 프랜차이즈'의 힘

입력 2017-06-28 19:48  

프랜차이즈 매출 100조 시대 (2) 장수 브랜드에서 배운다

'가맹점과 동행한다'
이디야, 상권 분석때 첫번째 질문 "너라면 여기에 지점 내겠어?"

'한 제품만 뚝심있게 민다'
교촌 '간장치킨' 영역 개척…6년째 신제품 없이 업계 1위

'천천히 오래 간다'
파리바게뜨, 30년째 롱런…매장 1000개 돌파 15년 걸려



[ 김보라 기자 ]
프랜차이즈업계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의 일탈이 있었다. 정권교체기를 틈타 사정기관이 프랜차이즈에 포화를 집중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이는 프랜차이즈시장이 100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과도 관련 있다. 이해관계자가 늘어나면서 감춰져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프랜차이즈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에게 프랜차이즈는 파산 위험을 줄이는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창업 후 5년간 생존율이 그 증거다. 개인이 창업하면 열 개 중 세 개도 생존하기가 쉽지 않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다섯 개 이상 살아남는다. 그중 수십 년 생존한 장수 프랜차이즈는 더 안전하다. 장수 프랜차이즈가 증가하면 예비창업자의 선택지는 넓어진다. 이들의 성공 비결을 살펴보는 이유다.

“당신 돈이라면 거기 점포를 낼 거 같습니까.”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점포개발팀에 늘 이런 질문을 한다. “가맹점이 곧 본사고, 본사가 곧 가맹점이다”라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디야는 장사가 될 만한 곳에만 점포를 낸다. 가맹점은 2000개가 넘지만 폐점률이 1%밖에 안 되는 비결이다.

프랜차이즈의 꽃은 ‘장수 브랜드’다. 장수 브랜드를 만드는 요건은 수없이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창업가정신이 살아있는 ‘동행의 오너십’, 소수의 ‘킬러 브랜드’, 사업 초기의 느린 출점 속도,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전략 등이다.

장수 프랜차이즈 폐점률 1%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사업을 시작한 프랜차이즈 1세대들은 돈이 별로 없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인생을 걸었다. 치킨업계 1위인 교촌치킨은 권원강 회장이 1991년 경북 구미에서 작은 치킨집으로 시작했다. 피자헛을 누른 토종 피자 브랜드 미스터피자도 정우현 회장이 동대문에서 직물도매상을 하다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해 시작했다. 본죽을 만든 본아이에프의 김철호 회장은 대학로 뒷골목 2층 가게에서 죽 사업으로 시작했다.

이들 모두 한 가지 아이템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을 갖고 있다. 자신이 만든 사업이기 때문에 의사결정 체계가 단순하고 신속하다. 대기업처럼 의사결정에 여러 조직과 보고서를 거쳐야 하는 일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 한화 삼양사 SK 등 대기업이 프랜차이즈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건 그 사업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없고, 의사결정 단계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이 부작용을 낸 사례도 있지만 프랜차이즈산업을 100조원 규모로 키운 원동력은 이들의 집념인 것 또한 사실이다.

누구나 다 아는 킬러 브랜드가 있다

장수 프랜차이즈들은 폐점률을 낮추는 데 사활을 건다. 가맹점이 한 개 생겨나는 순간 본사와 가맹점은 공동운명체가 된다고 느낀다. 오너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비즈니스에 재산과 열정을 모두 쏟아붓겠다며 찾아오는 가맹점주들에게 일종의 ‘동맹의식’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이 의식이 희미해지는 순간, 기업인에서 장사꾼으로 전락한다.

국내 1위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는 새 가맹점을 열기 전 후보지역에 점포개발팀 직원을 파견한다.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그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 수를 인원계수기로 하나하나 센다. 유동인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기준을 넘지 못하면 점포를 내지 않는다. 폐점률은 1%대다. 다른 장수 프랜차이즈의 폐점률도 대부분 5%를 넘지 않는다. 자연적 감소로 인한 폐점률인 2%보다 낮은 1%대 장수 브랜드도 수두룩하다.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않고 킬러 브랜드 1~3개에 집중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디야, 배스킨라빈스, 본죽, 교촌치킨, 파리바게뜨 등은 단일 브랜드만으로 전국 1000개 이상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 프랜차이즈 전문 컨설팅업체 프랜코의 유재은 대표는 “제대로 된 한 개 브랜드의 위력은 어설픈 열 개 브랜드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다다익선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게 프랜차이즈산업”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다 아는 킬러 브랜드가 생기면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수월해진다. 대용량 과일주스 전문점 쥬시가 공격적으로 확장할 때 이디야커피는 더 좋은 재료로 복숭아 플래치노를 만들었다. 하루 3만 잔 이상 팔며 가맹점 수익 하락을 막았다.

천천히, 오래가는 출점 전략이 장수 비결

장수 프랜차이즈는 공통된 성장 패턴이 있다. 사업 초기에 점포를 마구 늘리지 않는다. 출점 속도 경쟁을 하기보다 회사 시스템과 본사 조직을 구축하는 데 투자한다는 뜻이다. 프랜차이즈 본사 수익은 기본적으로 물류 유통과 가맹비에서 발생한다. 많은 이가 사업 초기 가맹점 확장 유혹에 빠지는 이유다. 이런 유혹을 떨쳐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갖고 버틴 회사만이 살아남았다.

1997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다이소는 사업 초기 10년간 300여 개 매장을 여는 데 그쳤다. 연간 25개꼴이었다. 이후 6년간 200개, 사업 개시 후 20년 만에 1330여 개가 됐다. 파리바게뜨도 마찬가지다. 1987년 첫 매장을 연 뒤 매장 1000개를 돌파할 때까지 15년이 걸렸다.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히 정립된 뒤 연평균 300~400개씩 매장을 차근차근 늘려 현재 3400여 개의 전국 최대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본사 시스템이 구축되고 브랜드에 대한 가치가 소비자로부터 평가받기 시작하면 굳이 가맹영업을 하지 않아도 가맹점주들이 찾아오는 브랜드가 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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