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露天)이란 ‘이슬 로(露)’와 ‘하늘 천(天)’을 합친 단어다. 글자 그대로 이슬 맞는 ‘한데’와 ‘야외’를 뜻한다. 건물 밖에 테이블을 놓고 차와 음료를 즐기는 노천카페도 여기서 온 말이다. 가벼운 차양이나 파라솔을 갖춘 테라스카페까지 포함한다. 일조량이 적은 유럽 지역에서는 실내보다 야외 테이블이 더 인기 있다. 모두들 햇볕 좋은 바깥을 선호하므로 야외 테이블 값이 비싼 가게도 많다.
이곳에서 수많은 문인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고 철학자들이 사상을 교류했다. 파리 생 제르맹 거리의 카페 레 되 마고는 작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단골집이었다. 길 건너 카페 드 플로르엔 카뮈와 에디트 피아프 등이 날마다 드나들었다.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은 이곳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엽서 속의 그림처럼 사진을 찍곤 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에 있는 카페 플로리안은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여기서도 실내보다 야외 자리가 더 붐빈다.
노천카페는 개방성과 자유로움 덕분에 아이디어의 산실로 불린다. 스타벅스 창립자 하워드 슐츠는 밀라노의 노천카페에서 창업 아이템을 얻었다. 카페베네도 유럽의 노천카페와 한국식 사랑방 문화를 접목한 것이다. 세계 최대 보험업자협회인 런던로이즈(Lloyd’s of London) 역시 유서 깊은 로이드카페에서 결성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우리의 뇌를 자극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사무실이 아니라 카페”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노천카페가 원천적으로 불법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바꿔 외국인이 몰리는 관광특구에 한해 야외 영업을 허가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대부분 금지돼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도로에서 2.2m 보행 폭만 확보하면 누구나 테라스를 열 수 있다. 업소 소유의 땅이 아니라도 세금을 더 내면 운영할 수 있다. 미국 뉴욕에서도 2.4m 폭을 확보하면 자정까지 영업을 허용한다.
최근 관련법 일부가 개정됐다고는 하지만, 야외 영업을 폭넓게 허용해 달라는 상인과 소비자들의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개장한 서울로7017 인근 거리에서도 ‘야외 테라스 영업’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주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한 만큼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상인들의 요청에 구청은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활성화한 옥외 테라스의 영업을 불법으로 몰아가기보다는 수요자 편의를 돕고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체계적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로7017 방문객은 개장 한 달 만에 200만 명을 넘었다. 당초 예상의 4배다. 연말엔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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