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 사람 : 박설화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
한라산 중턱서 말 정액 채취해 '필드번식'
품종개량 '인공수정 제주마' 내년 태어날듯
여성이라 힘들겠다? 그거야말로 선입견
[ 김재후 기자 ]
“여성이라서 더 힘들 것이라는 선입관을 버리세요. 그런 거 없어요.” 한 방 맞았다. 여성이 활동성이 뛰어난 말을 다루며 말의 정액까지 담아내야 하니 힘들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한 국내 첫 여성 말 교배 전문가의 답변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박설화 연구사(25)의 얘기다.
이달 중순 제주 한라산 중턱에 있는 난지축산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박 연구사는 말의 ‘필드 번식’을 책임지고 있다. 필드 번식은 실험실이 아니라 마사 등 현장에서 생식기능을 검사·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말 정액은 왜 채취하는 걸까. 말 중에서도 품종이 뛰어난 말이 있고 해당 지역 사람에게 맞는 품종이 있다는 게 박 연구사 설명이다. 이 품종을 유지하고 번식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자연 교배를 하면 감염 가능성이 높고 말이 다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주마는 인공수정 금지 규정이 있어 필드 번식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의 경우 대개 승마용 말들이 품종 개량 대상이다.
“한라마가 대표적이에요. 영국의 더러브렛이 품종은 뛰어난데 체구가 커서 한국인이 타기엔 부적합합니다. 체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제주마와 교배하면 적당한 크기의 말이 나옵니다. 그렇게 태어난 말이 한라마입니다. 한라마 높이는 145~150㎝ 정도예요. 한국에 있는 3만여 마리의 말 대부분이 한라마입니다.”
257만㎡ 부지에 목장과 축사, 실험실 등이 모여 있는 이곳엔 현재 170여 마리의 말이 살고 있다. 모두 한라마다. 모두 자연교배로 태어났다. 아직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말은 없다. “올해부터 인공수정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액을 채취해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처음 시도하는 건데, 내년엔 여기 제주에서도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말들이 나올 것 같아요.” 말의 임신 기간은 사람과 비슷한 10개월.
씨수말의 정액을 받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진짜 암말과 가짜 암말(의빈대)을 활용하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씨수말을 흥분시킨 뒤 직접적인 교미 없이 인공 질을 사용한다.
씨수말의 정액을 받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가축은 대가축, 중가축, 소가축 세 종류로 분류된다. 대가축은 말과 소, 중가축은 돼지와 개, 소가축은 닭 등이다. 그중에서도 말은 교미할 때 특히 예민해진다는 게 박 연구사 설명이다. “말은 엄청 예민한 동물입니다. 옆에서 발소리만 나도 깜짝 놀라죠. 놀라면 몸을 움직이거나 뒷발로 찹니다. 교미할 땐 그 예민함이 극에 달해요. 보호장화(딱딱한 구두)를 신어도 말에 밟히면 발뼈가 부러집니다. 말이 교미할 때 내내 옆에 있어야 합니다.”
한라산 연구소를 방문한 날, 박 연구사는 수말을 데리고 암말이 모여 있는 축사 근처로 갔다. 암말이 모인 축사로 간다는 사실을 눈치챈 수말은 소리를 지르며 뛰었다. 축사 안 암말들도 따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수말의 고삐를 죄자 제자리에서 돌기 시작했다. 제어하기 힘든 상태라고 판단한 요원들은 말을 축사 밖에 묶었다. 그러자 수말은 앞발로 땅을 긁으며 돌기 시작했다. 앞발로 땅을 긁는 것은 불만을 표시하는 거라고 했다.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것도 사람을 자신의 뒤에 두려는 동작이라고 했다. “뒷발로 차려고 하는 거예요.”
씨수말 한 마리가 한번에 쏟아내는 정액은 30~70mL 정도다. 계절과 말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이 정액을 담아 여러 개 샘플로 나눈 뒤 희석해서 동결한다. 희석하는 방식과 동결 상태에 따라 정자의 활동성과 생존율이 달라진다. 이 활동성 등이 좋아야 좋은 품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결 및 희석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말 정액의 활동성 등을 연구하는 겁니다. 다른 나라에선 아직 동결 정액에 대한 연구가 별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우리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통해 동결 정액으로 말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 연구사처럼 되고 싶은 취업준비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입사 방법은 두 가지다. 공채와 특채. 공채는 8~9명 정도 시험을 통해 채용한다. 특채는 경력직이다. 대개 석박사급이다. 공채는 고졸이어도 응시가 가능하지만 전공(축산) 과목이 다섯 개 포함돼 있다. 박 연구사는 충남대 동물바이오시스템과학과를 졸업했다.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032613473
제주=FARM 김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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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후 기자 ]
“여성이라서 더 힘들 것이라는 선입관을 버리세요. 그런 거 없어요.” 한 방 맞았다. 여성이 활동성이 뛰어난 말을 다루며 말의 정액까지 담아내야 하니 힘들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한 국내 첫 여성 말 교배 전문가의 답변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박설화 연구사(25)의 얘기다.
이달 중순 제주 한라산 중턱에 있는 난지축산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박 연구사는 말의 ‘필드 번식’을 책임지고 있다. 필드 번식은 실험실이 아니라 마사 등 현장에서 생식기능을 검사·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말 정액은 왜 채취하는 걸까. 말 중에서도 품종이 뛰어난 말이 있고 해당 지역 사람에게 맞는 품종이 있다는 게 박 연구사 설명이다. 이 품종을 유지하고 번식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자연 교배를 하면 감염 가능성이 높고 말이 다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주마는 인공수정 금지 규정이 있어 필드 번식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의 경우 대개 승마용 말들이 품종 개량 대상이다.
“한라마가 대표적이에요. 영국의 더러브렛이 품종은 뛰어난데 체구가 커서 한국인이 타기엔 부적합합니다. 체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제주마와 교배하면 적당한 크기의 말이 나옵니다. 그렇게 태어난 말이 한라마입니다. 한라마 높이는 145~150㎝ 정도예요. 한국에 있는 3만여 마리의 말 대부분이 한라마입니다.”
257만㎡ 부지에 목장과 축사, 실험실 등이 모여 있는 이곳엔 현재 170여 마리의 말이 살고 있다. 모두 한라마다. 모두 자연교배로 태어났다. 아직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말은 없다. “올해부터 인공수정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액을 채취해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처음 시도하는 건데, 내년엔 여기 제주에서도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말들이 나올 것 같아요.” 말의 임신 기간은 사람과 비슷한 10개월.
씨수말의 정액을 받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진짜 암말과 가짜 암말(의빈대)을 활용하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씨수말을 흥분시킨 뒤 직접적인 교미 없이 인공 질을 사용한다.
씨수말의 정액을 받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가축은 대가축, 중가축, 소가축 세 종류로 분류된다. 대가축은 말과 소, 중가축은 돼지와 개, 소가축은 닭 등이다. 그중에서도 말은 교미할 때 특히 예민해진다는 게 박 연구사 설명이다. “말은 엄청 예민한 동물입니다. 옆에서 발소리만 나도 깜짝 놀라죠. 놀라면 몸을 움직이거나 뒷발로 찹니다. 교미할 땐 그 예민함이 극에 달해요. 보호장화(딱딱한 구두)를 신어도 말에 밟히면 발뼈가 부러집니다. 말이 교미할 때 내내 옆에 있어야 합니다.”
한라산 연구소를 방문한 날, 박 연구사는 수말을 데리고 암말이 모여 있는 축사 근처로 갔다. 암말이 모인 축사로 간다는 사실을 눈치챈 수말은 소리를 지르며 뛰었다. 축사 안 암말들도 따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수말의 고삐를 죄자 제자리에서 돌기 시작했다. 제어하기 힘든 상태라고 판단한 요원들은 말을 축사 밖에 묶었다. 그러자 수말은 앞발로 땅을 긁으며 돌기 시작했다. 앞발로 땅을 긁는 것은 불만을 표시하는 거라고 했다.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것도 사람을 자신의 뒤에 두려는 동작이라고 했다. “뒷발로 차려고 하는 거예요.”
씨수말 한 마리가 한번에 쏟아내는 정액은 30~70mL 정도다. 계절과 말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이 정액을 담아 여러 개 샘플로 나눈 뒤 희석해서 동결한다. 희석하는 방식과 동결 상태에 따라 정자의 활동성과 생존율이 달라진다. 이 활동성 등이 좋아야 좋은 품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결 및 희석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말 정액의 활동성 등을 연구하는 겁니다. 다른 나라에선 아직 동결 정액에 대한 연구가 별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우리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통해 동결 정액으로 말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박 연구사처럼 되고 싶은 취업준비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입사 방법은 두 가지다. 공채와 특채. 공채는 8~9명 정도 시험을 통해 채용한다. 특채는 경력직이다. 대개 석박사급이다. 공채는 고졸이어도 응시가 가능하지만 전공(축산) 과목이 다섯 개 포함돼 있다. 박 연구사는 충남대 동물바이오시스템과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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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FARM 김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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