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용 외 지음 / 자의누리 / 380쪽│1만8000원
전략경영학회 20주년 기념 발간
40여년간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한국기업의 '선진국 모방' 전략
4차산업혁명 앞두고 수명 끝나
사업 포트폴리오 선제적 조정…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
한국 기업이 위기다. 순익은 증가하고 코스피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단기적으로는 현 한국 경제가 비교적 좋은 흐름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런 경향이 지속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먼저 인구절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줄어드는 내수로 인한 수익 감소는 물론이거니와 10여 년 후부터는 지금의 일본처럼 일할 사람 뽑기도 쉽지 않을지 모른다.
한국 기업 위기론의 두 번째 이유는 보호무역시대를 맞이하게 될지 모를 불확실성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인 한국은 지난 30여 년간 자유무역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였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세계 경제는 정말 보호무역이 되살아날지 모르는 상태가 됐다.
위기론의 셋째 근거는 기업가정신의 부재다. 대한민국은 6·25전쟁 직후 세계 최빈국에서 역사상 제일 잘사는 한반도 국가가 됐다. 성실하고 똑똑한 근로자, 권위주의적인 시절도 있었으나 대체로 유능했던 정부, 그리고 천재적인 기업인들의 기업가정신 덕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역동성이 많이 사라졌다. 국내 30대 기업 리스트를 보면 30세(창업 30년이란 의미) 이하의 젊은 기업은 네이버를 빼고는 찾기 어렵다. 반면 미국은 시가총액 최상위 다섯 개 기업 중 세 개가 23세 이하의 젊은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사회, 무역으로 살아가는 처지에 보호무역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르는 나라, 기업가정신이 사라진 기업. 이래도 위기가 아니라 할 것인가?
《퍼펙트 체인지》는 바로 이 위기의 한국 기업에 한국의 전략경영학계를 대표하는 열세 명의 학자가 신중한 진단 끝에 내놓은 처방전이다. 전략경영학회 창립 20주년 기업사업으로 발간됐다. 이 책은 일단 한국 경제 위기의 원인을 ‘저성장’ ‘글로벌 초경쟁’ ‘4차 산업혁명’에서 찾고 총 11개의 장에서 그 처방을 제시한다. 진단의 주된 기조는 지난 40여 년간 한국 기업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빠른 추격자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서구 선진기업을 모방하면서 비교적 낮은 인건비와 규모의 경제로 승부해온 전략이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처방으로 창조적 혁신, 성장전략의 재설정, 지속가능 경영시스템의 구축까지 매우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맨 앞부분에서 저자들은 창조적 혁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전략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우리와 약 20년의 시차로 같은 문제에 봉착했던 일본 기업들의 성공, 실패 사례로부터 교훈을 찾는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그동안 한국 기업이 집착해온 수직적 계열화 체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제적 조정을 제안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의 희생에 기반한 ‘가치이전형 시너지’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갖춘 계열사의 자발적 협력과 공생을 기반으로 한 ‘가치창출형 시너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외 네트워크와 인수합병(M&A)을 활용해 빠른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화하자고 주문한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창조적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 감지 능력과 블루오션 전략의 실행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승자가 독식하는 플랫폼 사업에서 승리하기 위한 네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네 번째 부분의 지속가능 기업을 위한 윤리 경영과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개선 역시 눈여겨볼 제안들이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는 시가총액 기준 10억달러가 넘는 유니콘 벤처기업이 외국에서는 대거 탄생하는데 한국에서는 매우 드물다는 점을 지적하고, 유니콘 벤처 출현을 가능하게 하는 벤처 생태계의 필요조건과 그 생태계 혁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 부분에서 대표 저자는 ‘한국 기업 전략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7대 제언’을 내놓는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알찬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 등 외부 환경의 메가트렌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라는 네 번째 제안, 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전략의 핵심 요소로 반영하고 사회적 정당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도모하라는 제안은 필자도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책은 여러 저자가 장을 나눠 집필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긴밀하게 내용을 조율했다. 이 때문에 책 전편을 관통하는 핵심주제에 놀랍도록 충실하고, 구체적이면서도 일관성 있게 저술됐다. 기업 경영자뿐만 아니라 새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하다.
김양민 서강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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