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찬일 나노엔텍 대표 "명품화 정책 시작…올해 흑자 만든다"

입력 2017-06-30 08:20  


"연초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그동안은 시장 개척을 우선으로 하는 가격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명품화를 통해 제 값 받기 정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만난 정찬일 나노엔텍 대표(49·사진)는 명품화 정책 통해 올해 영업흑자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나노엔텍 제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만큼, 이제 흑자 구조를 정착시킬 때가 됐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진정한 협력 딜러(판매상)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저가 위주로 영업하는 해외 딜러도 과감히 교체하고 있다"며 "가격인상에도 생각보다 많은 딜러가 남아,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00년 설립된 나노엔텍의 창립 멤버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원에서 의용생체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MIT 의공학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지난 3월 대표 선임 이전까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나노엔텍 전제품의 개발을 총괄했다.

◆ "평균판매단가 상승, 흑자 이끌 것"

정 대표는 2017년이 나노엔텍 재도약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지난해 마무리됐고, 미국 시장에서의 전략 제품들도 갖춰졌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그는 "가격인상으로 진단 사업부의 평균판매단가가 2배 이상 높아졌다"며 "올해는 사업의 단순한 원칙으로 돌아가 이익을 낼 것"이라고 했다. 2분기도 영업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나노엔텍이 가격인상을 단행할 수 있었던 기반은 18년에 걸쳐 구축한 기술력이다. 나노엔텍의 핵심 기술은 '랩온어칩(Lab-On-a-Chip)'이라는 바이오칩이다. 신용카드보다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 칩에 혈액 등 시료를 넣으면, 시료가 미세유체역학에 따라 서서히 흘러가 반응한다.

이를 '프렌드'라는 3kg의 소형 진단기기에 꼽으면 질환의 감염 여부 및 특정인자의 분포도 등 정량 진단이 가능하다. 시료를 따로 연구실에 보낼 필요없이 현장에서 3분에서 5분이면 진단이 끝난다. 현장에서 바로 진단하고, 이에 맞는 처방이 가능한 것이다.

정 대표는 "세계적으로 의료비 절감을 위해 조기진단과 예후 관리 등 질병의 사전 예방을 강화하고 있다"며 "나노엔텍의 제품은 이같은 흐름에 최적화돼 고부가가치화가 가능하다"고 얘기했다.

나노엔텍은 2014년 미국에 첫 출시했던 프렌드의 전략 5종 진단키트도 완성해놨다. 국내 현장진단(POCT) 업체 중 5개 진단키트에 대해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것은 나노엔텍이 유일하다. 최근 승인받은 비타민D POCT 진단키트의 경우 세계 최초다.

◆ 또 다른 G2, 중국 공략 발판 마련

미국과 함께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중국 공략의 발판도 마련했다. 나노엔텍은 이달 중국의 체외진단기 제조회사인 뉴센과 200만달러(약 22억원)의 프렌드 시스템 생산기술 이전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나노엔텍은 진단키트의 상판과 하판을 제작해 반제품 상태로 뉴센에 공급한다. 뉴센이 이전받은 기술을 통해 상하판을 붙여 최종 완제품으로 만들어 중국에 판매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 인허가와 영업 모두를 뉴센에서 담당하게 된다. 뉴센의 모회사인 천진중신제약그룹은 연매출 1조원 규모의 대형 제약사다.

정 대표는 "나노엔텍의 제품이 뉴센의 후처리로 '메이드인차이나'가 되면 인허가가 쉬워지게 된다"며 "이번 계약으로 중국 진출의 물꼬를 트게 됐고, 해외 매출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생산설비도 나노엔텍에서 공급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올해는 내년 고성장을 위해 몸을 잘 만들 생각"이라며 "디지털 POCT 시장은 이제 개척 단계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고, 우리가 랩온어칩 플랫폼을 통해 지금까지 구현한 것도 아직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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