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혹한 조건'내건 군…K2전차 국산화 물 건너가나

입력 2017-06-30 17:35   수정 2017-07-01 05:17

현대로템이 3년 전 수주했지만 "변속기 9600㎞까지 결함 없어야"
군, S&T중공업 변속기 승인 거부…전문가들 "군 요구 턱없이 과도"



[ 안대규 기자 ] 국산 K2전차가 변속기를 승인받지 못해 양산이 지연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변속기의 국산 개발을 포기하고 수입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방산업계에선 ‘군의 요구성능(국방규격)’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2014년 수주한 K2전차 106대를 아직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변속기에 대해 품질 승인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는 방사청의 과도한 규정이 생산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변속기를 제작하는 S&T중공업은 군이 세계에서 유례없이 9600㎞에 달하는 과도한 내구도시험을 통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군의 요구를 충족하려면 궤도차량용 변속기의 수명이 끝나는 9600㎞ 이상을 험지에서 운행하면서 아무 결함이 없어야 한다”며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의 M1A1 전차도 6400㎞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한국 군만 가혹한 요건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학한림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한국자동차공학한림원 소속인 한동철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명예교수는 “신뢰도에 대한 요구사항이 명시되지 않은 채 9600㎞까지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이상적인 변속기를 제작하라는 요구”라고 지적했다.

S&T중공업은 이 같은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수십 차례 방사청에 개선을 건의했지만 거부당했다는 전언이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방사청의 K2전차 국산 변속기 내구도 재시험 요구를 중단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소송을 제기했으며, 본안소송도 준비 중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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