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는 '포화상태'…전동 이동기구 '원동기'로 분류
차도에서만 주행할 수 있지만 속도 30㎞ 이하여서 현실적 불가능
개인 이동수단 '법제화' 시급…독일 등 선진국은 면허제 도입
자전거도로·인도 주행 허용…"진행방향 등 '통행규범' 마련해야"
[ 황정환 기자 ] 30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푸른 전조등을 켠 여섯 대의 전동휠이 한 줄로 늘어서 왕복 2차선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자전거 서너 대가 이들의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도로 가장자리로 두 줄로 열을 맞춰 달리던 러닝 동호인들로 도로 폭이 좁아지자 이들이 뒤엉키며 좁은 도로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한 자전거 동호인이 “그거(전동휠) 타면 과태료예요”라고 외쳤다. 전동휠을 타던 박재원 씨(25)는 “그럼 여기 말고 어디서 타요”라며 얼굴을 붉혔다.
내년 3월부터 자전거도로에서의 전기자전거 통행이 허용된 뒤 세그웨이, 전동휠,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모빌리티(개인형 이동수단)도 자전거도로를 달리게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자전거 동호인들은 “이미 자전거도로는 포화 상태”라며 난색을 보인다.
◆자전거·전동휠 뒤엉킨 자전거도로
자전거도로 혼잡 문제는 개인형 이동수단 출현 전엔 없었다. 자전거도로는 사실상 자전거 동호인들의 전유물이었다. 문제가 불거진 건 2010년 전후다. 그 전까지 수백만원을 호가하던 전기자전거나 세그웨이 등의 가격이 수십만원대로 떨어졌다.
개인형 이동수단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대중화되는 추세다. 국내 전기자전거 판매량은 2011년 5000대에서 2016년 2만대(추정치)로 네 배가량 급증했다. 개인형 이동수단 전문판매업체 아이휠에 따르면 이 회사가 판매한 전동휠은 2015년 7292대에서 작년 1만790대로 47% 증가했다.
현행법상 개인형 이동수단의 자전거도로 및 인도 주행은 불법이다. 전동기가 달린 개인형 이동수단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차도에서만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최대 속도가 대체로 30㎞ 이하인 개인형 이동수단의 차도 주행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자전거도로를 기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자전거도로 주행을 금지한 규제가 있지만 사문화된 상태다. 서울시는 작년 8월부터 한강시민공원 자전거도로에서의 개인형 이동수단 사용을 금지했다. 적발 시 5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하지만 실제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는 드물다.
◆“통행 규범 마련…혼잡 줄여야”
전기자전거의 자전거도로 운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점이 불만을 키우는 한 요인이다. 전기자전거는 되는데 전동휠이나 세그웨이는 왜 안 되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전동휠 등 개인형 이동수단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개정안도 한 달 전 국회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해 법제화까진 시일이 필요하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선진국에선 개인형 이동수단을 주된 도로 운행자로 인정한 지 오래다. 독일은 2009년 개인형 이동수단을 ‘전기보조 이동수단’으로 분류하고 면허를 신설했다. 면허 취득자에 한해 자전거도로와 차도에서의 주행을 허용한다. 싱가포르는 2015년부터 개인형 이동수단의 인도 및 자전거도로 진입을 허용했다.
법 제정 이전이라도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수단의 주행위치 등 통행 규범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사리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행 규범을 먼저 정비해 도로 혼잡도는 줄이고 관련 시장 성장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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