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복 < 부산대 경영대학장·사회적기업연구원장 >
사회적기업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 10년 전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한 한국의 사회적기업 발전도 괄목할 만하다.
50여 개에 불과하던 사회적기업 수는 예비 사회적기업을 포함해 3000여 개가 됐다. 매출은 40배로 늘었다. 더 중요한 지표는 사회적기업이 고용한 취약계층 비중이 전체의 60%가 넘는다는 통계와 사회적기업의 5년 이상 생존율은 80%로 일반 창업기업의 3배에 달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은 우리만이 아니다. 매년 1000명 이상이 모이는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은 올해 9월 ‘우리의 미래 창조’라는 주제로 뉴질랜드에서 개최된다. 돈과 인재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기부 위주이던 자선사업들도 이제 ‘영향력 투자’라는 이름으로 소셜벤처를 지원하고 있다. 세계 초일류 경영대학들도 사회적기업을 위한 인재양성에 나서고 있다. 하버드대는 2014년부터 ‘영향투자포럼’을 열고 있으며, 최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코펜하겐대는 사회적 기업가를 위한 무크(MOOC: 온라인 대중 공개강좌)를 열었다. UC버클리는 세계 사회적 기업가를 위해 지난해 ‘필란트로피유니버시티’라는 인재양성과정을 개설했다.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 사회가 성장의 그늘을 치유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사회적기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는 민간의 자본으로 사회혁신을 이룰 그릇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온 10년을 새롭게 할 사회적기업을 위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사람과 돈, 시장이 혁신돼야 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과 지식, 정보로 무장한 새로운 인재의 유입이 필요하다. 독지가의 기부와 정부의 마중물에 기대어 연명(?)하던 시기도 지났다. 사회적 금융이라는 틀 속에서 옥석이 가려져야 한다. 소비자와 시장도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고 인정하는 새로운 개념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진정성을 갖고 사회적기업을 직접 육성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제도까지 시행하고 있는 SK그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남다른 노력이 우리 사회로 확산돼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정부주도형 사회적기업 육성 10년. 짧은 기간에 비하면 그 성과는 놀랍다. 새 정부는 일자리 수석 산하에 사회경제비서관을 두고 포용적 성장이라는 국정목표를 달성하는 파트너로 사회적기업의 인식 수준을 높이고 있다. 세계는 따뜻한 자본주의로 변하고 있다. 우리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사회적기업 생태계조성 2.0’으로 화답을 준비할 때다.
조영복 < 부산대 경영대학장·사회적기업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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