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의무상영 도입
영화배급·제작사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검토
업계 "사업하지 말라는 것, 시장원리에도 어긋난다"
[ 황정수 기자 ]
이동통신시장 독과점 문제를 겨눴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칼끝이 영화산업을 향하고 있다. CJ 롯데 메가박스 등 대형 3사의 영화 상영시장 ‘독과점 고착화’와 배급에서 상영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로 인해 불공정행위와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정기획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영화산업 배급·상영 겸업 금지, 영화 배급·제작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을 본격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영화산업의 경쟁제한 상황 분석에 들어갔다. 영화 대기업들은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영화배급 중기적합업종 지정 검토
국정기획위는 30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4층 회의실에서 최민희 경제2분과 자문위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회분과 주도로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해소 방안’을 주제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낮 12시께부터 약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간담회엔 정부 관계자들과 심재명 명필름 대표, 영화배우 문성근 씨,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임원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선 영화산업 독과점 및 수직계열화의 폐해 해소와 관련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안건은 △영화산업 배급·상영 겸업 금지 △대형상영관(멀티플렉스)의 독립영화 의무상영 △영화 배급·제작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이다.
◆상영시장 독과점 고착화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상영시장은 작년 기준 CJ CGV(49.7%), 롯데시네마(30.1%), 메가박스(17.3%) 등 3사가 97.1%를 점유하고 있는 독과점 시장이다. 이들 대기업은 상영시장 점유율을 발판으로 ‘제작-배급-상영’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에 힘쓰고 있다. CJ는 제작사인 JK필름을 인수해 ‘제작-배급(CJ E&M)-상영(CJ CGV)’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미 완성했다. 롯데 역시 롯데엔터테인먼트(배급) 롯데시네마(상영) 등을 통해 수직계열화에 나서고 있다.
영화계 안팎에선 대기업의 독과점과 수직계열화에 따른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정 제작사가 같은 계열 배급사에 작품을 유리한 조건으로 몰아준다거나 특정 상영관이 경쟁업체 작품의 상영을 제한하는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도 영화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과점이나 수직계열화 자체는 법 위반이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신규 사업자를 배제하거나 경쟁자를 차별하면 위법이 될 수 있다”며 “연구용역을 통해 시장 경쟁 상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사, “사업 접어야 할 판”
대형 영화사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정기획위에서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최민희 전 의원이나 주무부처 책임자인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과거 대기업 직접 규제를 추진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최 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 때 멀티플렉스에서 예술·독립영화 의무상영, 영화산업 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 등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도 장관도 지난해 10월 영화배급·상영 겸업 을 금지하는 내용의 영비법 개정안을 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해소와 관련해 도 장관과 의견이 같다”며 “간담회에서 논의된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형 영화사 관계자는 “영화 사업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시장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반시장적 규제”라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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