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대 높이도 확 낮춰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 덕에 지난해 3000억대 흑자전환
[ 안재광 기자 ]
지난 1일 오전 홈플러스 서울 문래동점. 정육 코너에 사람들이 몰렸다. 1등급 한우 등심 행사 때문이었다. 100g에 8500원 하던 것을 5950원에 내놓자 진열 상품이 금세 사라졌다. 수산물 코너에는 물 좋아 보이는 오징어가 인기였다. 장을 보러 나왔다는 정재승 씨(41)는 “고기나 생선을 살 땐 일부러 옆 동네인 목동까지 갔는데 요즘은 이곳에 온다”며 “물건 상태가 부쩍 좋아졌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과거 신선식품에 약점이 있었다.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상품 구성이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신선식품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다. 요즘은 달라졌다. 고기, 과일, 채소 등을 사러 오는 사람이 늘었다. 올 들어 3~6월 신선식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증가했다. 서수원점 등 일부 점포는 30% 넘게 늘었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매출, 수익성 모두 개선할 수 없다고 보고 품질 개선 작업을 추진했다. 디테일에 집중했다. 갈치가 그 예다. 과거엔 일반 얼음을 써서 보관 전시했다. 더 신선하게 하기 위해 해수 얼음으로 바꿨다. 해수 얼음은 일반 얼음보다 잘 녹지 않고, 녹아도 바닷물 상태여서 보존이 잘 된다. 갈치를 진열한 뒤 올려 놓는 얼음은 잘게 부숴 채웠다. 큰 얼음을 쓰면 갈치에 흠이 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
딸기는 플라스틱 통에 대강 나눠 담아서 진열하고 있다. 예쁘게 줄을 세워 진열하다 보면 직원들의 손이 닿을 수밖에 없어 금세 물러지기 때문이다. 과일 진열대도 철재에서 골판지 상자로 바꿨다. 철보다 골판지에 놓으면 신선도를 더 높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열대 높이도 90㎝에서 60㎝로 낮췄다.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가 대주주이던 시절, 세계 테스코 표준에 따라 적용하던 90㎝를 포기한 것. 서양인보다 키가 작은 한국인 소비자가 과일 상태를 더 꼼꼼하게 살필 수 있는 높이를 찾았다고 홈플러스는 설명했다.
농가 관리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작년부터 품질 관리를 잘하는 농가에 ‘신선플러스 농장’ 마크를 주고 주문량을 더 늘렸다. 전북 김제의 친환경 파프리카, 충남 청양의 구기자 비료 재배 토마토 등 지금까지 80여 개 농가가 인증을 획득했다. 홈플러스는 연내 130개 농가로 확대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이들 농가를 대상으로 재배 단계부터 수확·포장·운송·진열 등에 대해 컨설팅도 해줬다. 직원들을 현지로 내보내 농가 환경을 개선하고 일손이 부족하면 돕기도 했다.
신선식품 경쟁력이 살아나자 실적도 좋아졌다. 대주주가 테스코에서 사모펀드 MBK로 바뀐 2015년(2015년 3월~2016년 2월) 홈플러스는 25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영업이익이 3209억원으로 대규모 흑자로 바뀌었다.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사진)은 “신선식품 하면 홈플러스가 생각나도록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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