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주기보단 대증요법에 그칠 우려
우리보다 더 혁신적인 중국 배워야"
정영록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지 벌써 두 달이 돼간다. 집권 이후 지지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큰 기대가 있었다. 경제정책의 방향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증(對症)요법적 처방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해서 안타깝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각계 의견을 담은 꿈을 주는 경제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분명히 판이 바뀌고 있다. 그만큼 한국 경제 발전의 한 획을 다시 긋는 때이니만큼 예지를 모아야 한다.
숙명처럼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우리 시장만으로는 아무리 내수를 진작한다 하더라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구도 5000만 명에 그치고, 1인당 소득 규모도 아직은 펑펑 소비할 정도의 여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당연히 해외시장을 배후시장으로 삼아야 한다. 수출이 그만큼 중요하다. 과거에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서방경제권이 주력시장이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시장이다. 하지만 세계화 또한 전방위적인 경쟁에 직면해 있다. 그만큼 개방적인 사고로 헤쳐나가야 한다. 이외에도 우리는 현재 거대 덩치 경제인 중국에의 대응, 인력양성 방향의 재조정, 고령화 대책 마련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발전 원동력은 정부와 대기업 주도로 산업정책을 통해서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 온 데 있었다. 특히 단기간 내에 표준교과서에 의해서 제조업 중심의 수출산업에 필요한 방향으로 인재를 적절하게 조달한 것이 주효했다. 해방 직후 대졸자 수가 기껏 1만 명 미만이었던 것이 지금은 총인구 가운데 25%나 되는 1300만 명이 대졸자다. 중국이 한 세대 만에 세계경제의 한 축이 된 것도 우리처럼 산업정책, 표준인력 양성, 대기업 위주의 규모의 경제 구축 등에 주력한 결과다.
우리 인구구성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구절벽’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급격히 변화하는데도 타성에 젖은 인력배출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 대책도 결국은 우리의 부가가치를 더욱 키워야 하고,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선순환 인력양성체제 구축과 직결된다.
최근 알려진 노동 관련 정책은 꿈을 주는 정책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 같다. 최저임금 1만원안과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 30%까지로 인상하자는 안만 봐도 그렇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면 이를 감내할 중소·중견기업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가격에 전가시키는 꼼수가 나올 수도 있다. 병사 월급 인상안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의 30% 정도로 인상한다고 해서 병사들의 복지를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왕에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현 병영제도하에서 최저임금과 연계시키는 것이 꼭 논리적이라고도 할 수 없다. 좋은 경제정책은 국민에게 장래를 설계하는 희망과 꿈을 주는 것이다. 목적함수와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정부가 임시방편식 처방만을 내놓는다면 국민적 희망에 부응하기 어렵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경제정책을 내놓는 방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냉철한 상황인식하에서 지방정부나 소규모 조직의 무한한 실험경쟁을 통해 정책방향을 도출해 낸다. 도출된 정책을 중앙정부가 중국 전역에 확대 실시한다. 그 예는 수두룩하다. 중국은 현재 대외적으로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과 함께, 대내적으로 전반적인 혁신을 정착시키는 데 매진하고 있다.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어떤 내용을 채울지는 지방정부, 소규모 조직이 서로 실험경쟁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는 유능한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방단위의 실험을 통해 머리를 짜낸 결과, 빅데이터 활용에 의한 원격진료가 정책으로 채택됐다. 각종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까마득한 얘기다.
정영록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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