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문 대통령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FTA 재협상은) 합의 외의 얘기”라고 했다. 장하성 정책실장도 “양측 간 합의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양국의 말이 다르다. 그러나 FTA는 한쪽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상대방은 응해야 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미국 측이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외교 데뷔무대인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가 통상 문제로 다소 빛이 바래 유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협상의 달인’이다. 그가 TV 카메라 앞에서 수시로 ‘FTA 재협상’을 언급하고, 공동성명 발표까지 7시간을 끌며 우리 측을 애태운 것도 협상술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빠르다. 그런 판국에 경제분야를 집중 논의한 확대정상회담의 양국 참석자는 중량면에서 차이가 컸다. 미국 측은 상무장관, USTR 대표가 나왔는데, 우리 측은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과 경제비서관(1급)이 상대했다. 새 정부 인사에서 통상팀은 뒷전으로 밀린 탓이다.
어제 산업부 장관이 지명됐지만 통상과는 전혀 무관한 인사다. 신설키로 한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조직법 통과 지연으로 부지하세월이다. 당장 미국 측이 FTA 재협상을 위해 양국 공동위원회 구성을 요구해올 때 누가 나설지 모호하다. 조만간 철강 안보보고서, 무역적자 보고서 등을 발표하며 압박해올 것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주말 G20 정상회의에서 또 만난다. 조속히 통상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냉정하고 치밀한 협상전략을 짜야 할 때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통상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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