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것은 오랜 논의와 진통 끝에 나온 철도 구조개혁을 노동계와의 협약이라는 형식으로 간단하게 뒤집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시설과 운영의 분리,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노무현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틀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지켜졌다. 철도개혁이 좌, 우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일방의 이해당사자에 불과한 노동계와 협약해 이를 흔들면 어찌 되겠나. 사회구성원이 어렵사리 도출한 공공선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고, 정당성을 갖기도 어렵다. 공약과 표의 은밀한 거래라는 의혹마저 살 수 있다.
내용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철도 선진국일수록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추세다. 철도노조와 시민단체는 코레일과 시설공단을 분리한 결과는 비효율 지속과 경쟁력 저하라고 말하지만 그 반대다. 분리 이후 철도시설 투자는 대폭 늘었다. 고속철도, 준고속철도 등이 많이 건설됐고 철도 총연장이 크게 증가했다. 코레일 영업손실도 요금이 높은 고속철도 등에 힘입어 계속 줄어들어 2014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섰다. 오히려 다시 통합이 돼 부채 함정에 빠지면 투자도, 경영이나 서비스 개선도 기대 난망이다. 이로 인해 적자노선 보조조차 어렵다면 노조가 말하는 철도 공공성 확보는 더 멀어진다. 과거 철도청 시절 경험했던 바다.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통합이 문 대통령과 노동계의 협약에 들어있음이 밝혀지면서 탈핵(核)은 그럼 어디와의 협약 결과인지, 또 다른 협약은 없는지 온갖 억측이 나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공론화 과정도 없이 방향을 180도 선회하면 온전할 정책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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