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면세점 허가 남발하고 기업은 리스크 안따지고 '베팅'

입력 2017-07-03 18:08  

현장에서

"유커 '장밋빛 전망'에 기초한 면세점 정책 다시 짜야할 때"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 이수빈 기자 ] 공항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화갤러리아가 처음은 아니다. 지방 중소 면세점들은 이미 작년부터 사업권을 내려놨다. 강원 양양공항에 2014년 들어갔던 JS면세점은 적자로 임대료를 내지 못해 작년 12월 철수했다. 충북 청주국제공항에 입점한 MTAT면세점도 같은달 수익 악화를 이유로 사업권을 반납했다.

인천공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흑자를 낸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영세한 면세점은 상황이 더 어렵다. 2015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딴 삼익악기는 작년 1분기 9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 11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또 다른 사업자인 시티플러스도 월 2억~3억원 적자를 내고 있다. 신규 시내면세점도 다르지 않다. 두산·SM·갤러리아면세점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자들이 적자에 시달리는 근본적 이유는 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중국 관광객만 믿고 공급과잉 우려에도 시내면세점 특허를 계속 늘렸다. 공항면세점 입찰도 이어갔다.

기업들에도 책임은 있다. 면세점 사업에는 관세와 관련된 노하우, 규모의 경제, 브랜드 협상력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능력에 대한 평가 없이 장밋빛 전망만 믿고 무리하게 뛰어들었다.

이런 경쟁은 면세점들을 더욱 큰 어려움에 빠뜨렸다. 다른 기업에 공항면세점 사업권을 넘기지 않으려고 과도한 입찰가격을 썼기 때문이다.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도 마찬가지다. 다른 업체가 특허를 따갈까봐 경쟁적으로 참여했다. 게임에 참가한 모든 플레이어가 손해를 보는 루즈-루즈(lose-lose)게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항면세점 임대료를 입찰가격대로 받는 시스템이 문제란 지적도 있다. 백화점 등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실적과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임대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등 외부 충격의 짐은 고스란히 기업들이 지게 된다.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작년 상업시설 임대수익만 1135억원을 거둬들였다.

정부의 면세점 정책이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공항면세점 임대료는 매출의 일정 비율로 납부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며 “고정 임대료를 입찰가로 써내는 방식으로는 한 기업이 뛰어들었다가 망하고, 다시 다른 기업이 들어가서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내면세점 사업을 특허가 아니라 등록제로 바꿔 경쟁력 있는 사업자만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면세점 정책을 짜야 한다”며 “지금 같은 사업계약 방식은 면세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평가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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