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무부 "기업들, 강제성 없이는 의무 이행 안해"
기업·인권 운동가 "개인 표현의 자유 억압" 반발
독일이 온라인 상에서 자행되는 편파적인 혐오발언, 이른바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 콘텐츠를 처리하지 않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미국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의회는 혐오발언, 명예훼손 등 '명백하게 불법인' 콘텐츠를 24시간 이내 제거하지 않은 업체에 최대 5000만 유로(약 65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지난 30일 통과시켰다.
이 법은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벌금은 500만 유로(65억원)로 시작해 위법행위가 누적될 경우 경우 최대 5000만 유로까지 높아진다.
헤이트스피치는 인종·성·연령·국적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편파적이거나 선동적인 폭력 발언을 뜻한다. 최근 반이민·반난민 정서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헤이트스피치 이슈가 국제 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법안을 지지한 헤이코 마스 독일 법무부 장관은 "경험으로 미뤄볼 때, 정치적 압력 없이는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헤이트스피치를 삭제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강제 조항을 만든다"며 "오프라인에서 헤이트스피치에 대해 적용되는 규칙들이 온라인에서도 똑같이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확실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법안 지지자들은 혐오발언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독일은 최근 테러·난민 유입 등으로 인한 반이민정서가 확산되자 헤이트스피치를 자제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다.
앞서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은 2015년 독일 정부와 헤이트스피치 콘텐츠를 24시간 내 삭제하는 협상에 동의했다. 하지만 독일 법무부는 2017년 보고서를 통해 2015년 협상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법안을 놓고 업체는 물론 디지털·인권 운동가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이번에 통과된 법이 개인 발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당국이 규제의 의무를 플랫폼 제공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헤이트스피치같은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정부와 지역사회, 산업이 같이 협업할 때 만들어진다"며 "해당 법이 시행되는 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시도가 생겨나기 어렵다"며 유감을 표했다.
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ks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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