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어디까지 왔나
[ 정인설/이미아 기자 ]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동북아시아를 벗어나 세계 안보의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북한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 맞춰 미 로스앤젤레스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다. 북한의 ICBM 개발로 미국을 비롯한 일부 강대국 중심으로 유지돼온 핵 균형이 무너지고 세계 각국에서 핵개발 족쇄가 연쇄적으로 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핵질서 중대 변수가 된 북한
북한이 이날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발표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 ICBM인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는 점과 화성-14형의 구체적 성능이다. 북한 당국에 따르면 화성-14형은 39분간 933㎞를 비행했으며 최고고도는 2802㎞였다.
지난 5월14일 발사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넘어선다. 당시 북한은 화성-12형이 최고 2111.5㎞ 고도로 787㎞를 날아갔다고 밝혔다. 화성-12형은 정상 각도로 쐈다면 사거리가 4000~5000㎞인 신형 IRBM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날 화성-14형을 고각(高角) 발사가 아니라 30~40도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면 사거리가 5500㎞(ICBM의 사거리)를 넘어 7000~8000㎞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에서 3500㎞ 떨어진 미국 괌 공군기지는 물론 5500㎞ 떨어진 알래스카나 미국 일부 서부 지역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군사 전문가들은 “엔진의 안정성을 확보한 뒤 화성-12형이나 화성-14형에 들어간 엔진 2~3개를 합쳐 1단 추진체를 만들면 사거리가 1만5000㎞ 이상으로 늘어나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일본 영해 간 거리 때문에 북한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할 수 있는 거리는 최대 1000㎞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쏠 수 있는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현재 파악된 것보다 더 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ICBM급 기술을 보유함에 따라 북한 핵과 미사일 이슈는 이제 동북아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로 커졌다”며 “북한이 계속 핵 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한, 지금까지 간신히 유지해온 세계 핵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은
북한 발표와 달리 이날 미사일이 ICBM이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은밀하게 미사일을 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보면 북한의 화성-12형과 화성-14형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연료 주입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액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데 30분 이상 걸려 인공위성에 포착되기 쉽다.
그래서 북한은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연료 주입시간이 짧아 5분 만에 준비가 끝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월 실전 배치를 명령한 북극성-2형을 비롯한 북극성 계열의 미사일은 모두 고체연료를 쓴다. 고체연료를 쓰는 IRBM을 실전배치한 나라는 북한 외에 미국과 러시아, 중국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고체연료는 액체연료 미사일에 비해 힘과 정밀도가 떨어진다. 바꿔 말하면 고체연료의 신속함과 액체연료의 정확함을 갖추면 완벽한 미사일 기술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미사일 앞에 장착하는 핵탄두도 미사일 기술을 가늠하는 핵심 척도 중 하나다. 핵탄두 성능을 높이면서 무게는 줄여야 한다. 통상 탄도미사일 실험은 1단 추진체로만 하는데 2단 추진체와 3단 추진체도 안정적으로 분리돼야 한다.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에 나갔다 다시 안으로 재진입할 때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북한은 이런 기술을 모두 보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인설/이미아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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