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사건 맡은 최고 '특수통'…추진력·조직 장악력도 뛰어나
"국민 도움되는 검찰개혁 할 것"
검찰개혁 요구 속 조직안정 과제…문재인 정부 '적폐청산'도 고삐 죌듯
최순실 국정농단 재수사 주목
[ 김주완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문무일 부산고검장은 4일 “국민께서 원하시는 것, 형사사법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우리나라 시대 상황이 바라는 것을 성찰하고 또 성찰하겠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문 후보자는 지난 5월15일 전임 김수남 검찰총장 퇴임 후 50일 만에 새 총장 후보로 지명됐다. 그의 지명 소식에 검찰 내부에서는 대체로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검찰 개혁을 앞두고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검찰을 이끌 최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직 안정 속에 검찰 개혁을 이뤄 내야 하는 새 정부의 의지가 담긴 인선으로 풀이된다. 인사청문회는 오는 20일 열린다.
◆땅콩회항·효성비자금 수사 지휘
문 후보자는 추진력과 치밀함을 갖춘 ‘특수수사의 교과서’로 꼽힌다. 범죄 첩보와 비위를 직접 찾아내 인지 수사하는 특별수사 경험이 풍부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시절에 특별수사지원과장, 과학수사2담당관, 중수1과장을 지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겨 전국 특수부장 중 최선임인 특수1부장도 지냈다. 제주지검 부장검사였던 2003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팀에 파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에는 김경준 씨의 주가조작과 ‘기획입국설’ 의혹,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등을 이끌었다. 2015년에는 일명 ‘성완종 리스트’ 의혹 특별수사팀 팀장을 맡아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 등을 기소했다.
‘지존파 사건’을 파헤친 검사로도 유명하다. 검사 임용 후 두 번째 근무지였던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1994년 현장 탐문 수사를 통해 자동차 추락사고로 위장시킨 변사체에서 살해 흔적을 발견하고 지존파 일당을 잡아냈다. 당시 경찰의 허술한 초동 수사 때문에 단순 변사로 끝날 뻔한 사건이었다. 서울서부지검장 시절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수사를 지휘해 조 전 부사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안정 속의 개혁’ 막중한 책무
온화한 성품으로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 아래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경청의 리더십’도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A 검사의 49재에 고검장급 이상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하기도 했다.
‘특수 수사통’으로 권력자들을 수사해온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역설적이게도 검찰 권력의 축소다. 새 정부가 검찰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올려놓고 있는 만큼 비대해진 검찰에 메스를 가하는 악역이 불가피하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끊임없이 의심받아 왔다. 권한 남용, 인권 침해, 전관예우, 편파 수사 등의 논란과 내부 비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홍만표·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잇따라 구속되면서 검찰 신뢰가 추락했다. 구속영장 청구권을 비롯해 수사지휘권, 기소권을 모두 독점한 무소불위의 특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적폐청산’의 고삐도 죌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추가 수사가 대표적이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를 고민하고 있는 검찰은 최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수첩을 추가 확보하는 등 재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문무일 후보자는
△1961년 광주 출생 △광주제일고, 고려대 법대 졸업 △사시 28회(사법연수원 18기)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광주고검 차장검사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서울서부지검장 △대전지검장 △부산고검장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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