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신비 인하, 제4 이동통신이 가장 효과적

입력 2017-07-05 17:35  

정부·정치권 강압적 규제보다 새 사업자 진입 문호 활짝 열어
시장과 경쟁의 힘 작동되도록

홍대식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2000년대 초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약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통신비 인하다. 새 정부는 생활비 절감 공약의 하나로 통신비 인하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당초 통신비 인하 방안 중 하나로 월 1만1000원인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방안의 실현이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히자 정부는 대안으로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과 저소득층에 대한 통신요금 감면 혜택 확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보편적 요금제 의무화,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 즉 선택적 요금할인폭 확대 등의 방안을 새로 내놓았다. 보편적 요금제는 현재 출시되는 요금제 상품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이용량을 늘리면서 월정액은 대폭 낮추는 상품이다.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한 정책 대안들이 어지럽게 제기되면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단말기 자급제가 거론되지만 알뜰폰 사업자와 이동통신 유통 대리점, 판매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보편적 요금제 출시나 단말기 유통 분리가 이뤄지면 저가 상품에 주력하던 알뜰폰 사업자나 단말기 지원금 재원으로 조성되는 수수료에 의존하던 중소 유통사업자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특히 알뜰폰 사업자의 몰락은 이동통신시장에서 눈에 띄던 경쟁 압력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치명적이다.

통신비 인하 정책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의존한 정책 수단은 시장 영역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인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정부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요금 인가제를 통해 사실상 이동통신 3사의 가격 정책에 관여해왔다. 또 단말기유통법에서 지원금을 받지 않은 이용자에 대해 선택적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게 해 요금 할인을 유도했다. 특히 선택적 요금할인제도는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이 요금 경쟁이 아니라 단말기 지원금 경쟁 양상으로 벌어지면서 소비자 간 차별을 가져온다는 불만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규제다. 현재의 요금할인율은 20%인데 최근 통계에 의하면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하는 가입자 수가 1500만 명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시장은 상황 변화에 따라 균열이 발생하면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조정과 균형을 향해 나아가는 속성이 있다. 이동통신시장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정체된 시장에서 정부 규제는 균열을 야기해 새로운 조정과 균형을 향한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을 재촉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정부가 사용한 직접적 시장 개입 수단은 일정 부분 그런 기능을 해왔고, 시장에서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알뜰폰 사업과 선택적 할인요금제 등장으로 저가요금제를 찾거나 단말기 자급을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 그 사례다. 이런 변화는 유력한 경쟁사업자의 성장과 선택의 폭이 늘어난 소비자 행동의 힘, 즉 시장과 경쟁의 힘에 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관점에서 변화의 속도가 여전히 느리다고 평가된다면 이제는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시장과 경쟁의 힘이 더 잘 작동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현재의 시장 구조에서 사업자 쪽의 경쟁 유인이 아직 부족하다면 새로운 이동통신사업자 진입을 완화하는 정책을 쓰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그동안 정부는 몇 차례 제4이동통신사업자 허가 계획을 수립해 추진했지만 후보 사업자들이 번번이 재정적·기술적 능력에 관한 높은 심사 기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규 사업자의 진입 문호는 상시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당장은 기존 사업자와 동등하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효율성을 가진 사업자도 진입이 가능하도록 현실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정책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면 가까운 장래에 신규 진입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 신규 사업자가 현재 미국에서 공격적인 무제한요금제 출시로 요금 경쟁을 이끌고 있는 T모바일과 같은 파격적인 경쟁자라면 그 이상 좋은 정책은 없을 것이다.

홍대식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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