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원서에 학력·출신·사진 칸 사라진다

입력 2017-07-05 17:51  

7월부터 '블라인드 채용' 전면 시행

면접 때도 인적사항 추정할 수 있는 질문 금지
현장에선 "도대체 뭐보고 사람 뽑나" 우려도



[ 심은지 기자 ] 공공기관은 신입사원 채용 시 응시자에게 성별, 나이, 학력, 출신지, 가족관계 등의 정보를 요구해선 안 된다. 면접에서 응시자의 인적사항을 추정할 수 있는 질문도 금지된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등은 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전체 332개 공공기관은 이달부터, 지방공기업 149곳은 다음달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도입한다.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에서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고용부에 따르면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은 올 하반기에 1만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출신지역·신체조건 적시 금지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이력서에 출신지역, 가족관계, 신체적 조건(키 체중 용모), 학력 등을 원칙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 다만 신체조건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특수경비직, 학력 조건이 꼭 필요한 연구직 등은 예외적으로 포함할 수 있다. 지역인재는 최종 학교명 대신 최종 학교의 소재지를 입사지원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본사가 있는 해당 지역 출신에게 채용인원의 30%를 할당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면접위원은 면접 과정에서 응시자의 인적사항을 묻지 못한다. 면접위원에게 응시자의 인적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도 막는다. 발표나 토론 방식의 면접을 통해 업무역량을 평가해야 한다.

◆나이 안 써내는데 청년 할당은?

모든 공공부문에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고는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2007년 공공부문 전형 기준을 개선하면서 키, 체중 등 신체조건을 이력서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많은 공공기관은 2015년 국가직무능력표준(NSC) 기반 채용을 도입하면서 블라인드 면접을 함께 도입했다.

블라인드 채용 필요성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크지만 적용 속도와 범위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한 공공기관 인사팀 관계자는 “입사 과정에서 성별과 생년월일을 체크하는 건 서류 과정에서 부당하게 차별하려는 게 아니라 중복 지원 등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원자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공공기관에선 나이를 제외한 이력서로 청년고용할당제를 적용할 수 있을지가 고민거리다. 정부는 지난 4일 공공기관의 청년고용할당 비율을 전체 3%에서 5%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나이를 이력서에 게재하면 나이로 인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청년은 따로 우대항목에 체크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과태료 500만원 추진

정부는 장기적으로 민간기업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채용 수요가 있는 중견·중소기업 400곳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서 개선, 직무분석을 통한 직무기술서·면접도구 개발 지원 컨설팅을 진행한다. 인사담당자 1000명에게 블라인드 채용 사례를 중심으로 한 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회에는 민간기업의 입사지원서에 출신지, 가족관계 등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블라인드 채용을 어길 시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사실상 민간기업에도 강제하는 효과가 생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채용 절차가 비슷한 공공기관과 달리 일반 기업은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다”며 “획일적인 블라인드 채용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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