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장 없이도 수출시장 휘젓는 한국도자기·동보·헤네스

입력 2017-07-05 19:01   수정 2017-07-06 09:32

Made In Korea 시대 다시 열자
④ 기업도 혁신으로 무장해야

'MIK=프리미엄' 공식 통한다
우노앤컴퍼니·경동나비엔 등 기술·품질·디자인으로 해외 공략

생산비 절감 위한 공장 이전 대신 가치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성공
LG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중국 샤오미보다 10배 비싸도 '불티'



[ 좌동욱/이우상/조아란/강현우 기자 ]
국내 가발 제조업체인 우노앤컴퍼니는 2004년 가발에 들어가는 인조 머리카락을 만드는 가발사 시장에 뛰어들었다. 불이 잘 붙지 않고 열에 강한 난연가발 머리카락을 개발해 일본의 가네카, 덴카에 이은 세계 3위 가발사 업체로 발돋움했다. 이 회사는 전체 생산량의 80%를 전북 완주군에 있는 공장에서 만든다. 95%가 수출이다. 혁신적인 제품으로 ‘가발=노동 집약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품질·브랜드·디자인으로 무장하라

국내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저임금 근로자를 찾아 생산기지를 우후죽순 해외로 옮겼다. 하지만 해외로 나가지 않고 여전히 국내산을 고집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견 보일러제조업체 경동나비엔이 대표적 사례다. 평택공장에서 생산한 보일러를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등 애프터서비스(AS) 권역이 넓은 지역에서도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매출은 5832억원으로 2년 전보다 36%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458억원으로 같은 기간 3.4 배로 불어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의 소규모 공장이 있긴 하지만 재건축 중이어서 현재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며 "현재 수출 제품은 국내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1위 화장품 제조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전체 화장품 매출 5조6454억원의 90%가량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했다. 중국산 ‘짝퉁’이 범람하자 관광객과 해외 소비자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를 일일이 확인하는 경우도 많다. 이 회사의 지난 3년간 해외 매출은 연평균 47%씩 급증했다.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하는 데 양질의 부품과 소재를 조달하고 디자인 파워 등을 가진 점도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높은 가격에 팔리는 제품일수록 인건비나 재료비보다는 마감 상태나 내구성, 디자인 등의 요소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LG전자 공기청정기 제품은 대당 79만~129만원에 이르는 ‘퓨리케어 360도’다. 샤오미의 미에어2(8만1700원)보다 최소 10배가량 비싼데도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50% 급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미세먼지나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얼마나 확실히 제거할 수 있는지에 주로 관심을 갖는다”며 “가격은 부차적인 요소”라고 전했다. 이 제품은 전량 한국에서 생산한다. LG전자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한국에서 제조하는 생산 전략을 고수한다.


◆해외에서 찾아오게 해라

전 세계 세트업체가 찾아올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도 굳이 ‘해외 리스크’를 감수해가면서까지 공장을 옮길 이유가 없다. 동보는 자동차 엔진·변속기에 들어가는 톱니바퀴, 나사 등의 기어를 만드는 업체다. 이 회사는 현대·기아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지만 중국 미국 등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기지에 동행하지 않았다. 인천, 아산, 경주 등 국내에서만 11개 공장을 운영한다.

창업주인 김재경 회장은 “해외에 공장을 지어봐야 그 나라 사람들 고용만 늘리다가 결국 기술도 넘겨주게 된다”며 “인건비가 비싸더라도 솜씨 좋은 근로자들이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글로벌 업체들이 알아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 수는 2006년 말 360명에서 지난해 말 741명으로 증가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의 위상이 과거와 달리 크게 높아졌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 현대 LG SK 롯데 등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기업이 많은 데다 한류가 K팝 등을 통해 미국 유럽 등으로까지 확산되면서다.

어린이 자동차를 만드는 헤네스는 중국산 경쟁 제품을 압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 제품은 어린이용인데도 대당 판매가가 80만~100만원에 달한다. 중국 경쟁사들이 BMW, 벤츠 등 고급차 라이선스를 빌려와 20만~30만원짜리 제품을 내놓는데도 헤네스를 당하지 못한다. 임관헌 헤네스 대표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 자체가 중국산 제품과 차별화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 계열 피아노 제조업체인 영창뮤직은 다음달부터 ‘현대피아노’를 이란에 수출한다. 이란에서 현대차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현대피아노가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인식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김홍진 영창뮤직 해외영업본부장 상무는 “한류 인기가 높은 동남아와 중동지역에서 ‘현대’ 브랜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제품도 전량 한국에서 만든다.

국내 1위 도자기업체 한국도자기는 고려청자와 같은 한국의 전통 도자기를 브랜드로 만들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02년 내놓은 최고급 도자기 브랜드 ‘프라우나’는 6인용 식기 세트가 3000만원에 이른다. 한국도자기 관계자는 “고가 도자기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충북 청주에서 제품을 전량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좌동욱/이우상/조아란/강현우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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