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박준 시인 "힘든 일 많은 게 우리들 삶…같이 울면 조금은 힘 되겠죠"

입력 2017-07-06 19:28   수정 2017-07-07 14:21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심성미 기자 ] ‘…짠지 무 같은 별들이, 울먹울먹 오열종대로 콱 쏟아져내렸다.(별의 평야)’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2008년 출간한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에서 상실과 슬픔, 울음을 얘기하던 시인 박준(사진)의 시다. 첫 시집이 8만 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등극한 그가 5년 만에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으로 돌아왔다.

산문집의 정서는 첫 시집과 비슷하다. 이번 책에서 그는 시집에서 만큼이나 상실감에 괴로워하고 많이 운다.

“두 번째 시집을 내려고 시를 묶어보니 첫 시집과 지나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첫 시집을 내고도 할 말이 많이 남아 있었나봐요. 남은 말을 정리해서 산문집을 냈습니다. 시집이 처음 보내는 편지였다면 이번 책은 스스로에게 혹은 다른 대상에게 보내는 답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엔 제목에까지 ‘운다’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이 끝맺지 못한 문장으로 시인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책에 친필 사인을 할 때 ‘울어요 우리’라고 썼어요. 대부분이 즐거운 일보단 슬프고 힘든 일이 많잖아요. 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울어서 달라질 일은 없겠지만요. 책 뒷부분에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라고 적었는데, 그것도 하고 싶던 말이었네요.”

시집 같은 산문집이다. 3~4장짜리 긴 산문도 있지만 두 줄짜리 산문도 들어 있다. 그는 “시집의 독서 방법으로 이 산문집을 읽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소설이나 산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읽어야 하지만 시는 한 편 읽고 덮었다가 다른 면을 펼쳐서 또 잠깐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긴 산문과 짧은 산문을 섞었어요.”

산문 중에는 주변 사람이 했던 말을 그대로 옮긴 것도 있다. 이름도 밝혔다. ‘새벽에 걸려온 전화’ 편은 이문재 시인이 전화로 그에게 말한 내용이다. “슬퍼서 전화했다… 너는 어디 가지 말아라… 어디 가지 말고 종로 청진옥으로 와라.”

“아름다운 말이 대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친밀한 관계에서 주고받는 말이 굉장히 아름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저녁 먹었어? 저녁은 저녁밥 먹으라고 있는 거지’라고 하는 말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어떤 정서와 맞물리면 문학적으로 아름다운 말이 되더라고요.”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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