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 논란이 뜨겁다. 고기 패티가 덜 익은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HUS·He molytic uremic syndrome)에 걸렸다는 피해자 가족이 한국맥도날드를 식품안전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하면서부터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9월. 맥도날드 매장에서 불고기 버거를 먹은 4살 A양이 복통을 호소했다. 구토와 혈변 증상이 더해져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때 HUS 진단을 받았다. 집중치료 차 옮긴 병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병원 치료에도 A양의 신장(콩팥) 기능은 90%가 손상돼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현재 하루 10시간씩 복막 투석 중이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황다연 변호사는 “건강하던 A양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병에 걸렸다”면서 패티가 덜 익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맥도날드는 매뉴얼에 따라 기계가 자동 조리하므로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당일 같은 제품이 300개 가량 팔렸지만 이상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양측 주장은 엇갈리지만 ‘장출혈성대장균이 고온에서 사멸된다’는 전제에는 동의했다. 대장균은 70도에서 2분간 가열 처리하면 사멸돼 인체에 무해하다는 상식 때문이다.
그러나 HUS 전문가인 이무승 박사(사진)는 7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HUS의 병원성 독소는 70도에서 30분 이상 있어도 활성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992년 햄버거병 발병 당시 사망 원인 대장균을 규명한 엘리슨 오브라이언(메릴랜드대)·버넌 테쉬(텍사스주립대) 교수 연구팀에서 10년 이상 관련 연구를 해왔다.
이 박사는 “HUS 증상의 감염균은 장출혈성대장균 중에서도 ‘STEC(Shiga Toxin-producing Escherichia Coli·시가 톡신 배출 변종 대장균)’라고 한다”면서 “STEC 감염시 균에서 배출되는 ‘시가 톡신’이라는 병원성 독소가 신장 기능을 공격하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가 톡신은 100도로 5분 이상 가열해야 비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즉 보통 대장균과 달리 70도로 열을 가해 균을 터뜨려 죽여도 STEC 내의 HUS 유발 병원성 독소는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항생제 처리해도 살균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시가 톡신은 혈액을 떠돌아다니다 ‘Gb3’라는 특이 수용체와 결합해 신장 세포 내로 침투, 신장 기능을 괴사시킨다.
이 박사는 “특히 수용체의 민감도가 높은 5세 이하 영유아가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노약자 역시 HUS에 취약하다. 반면 면역력이 정상인 건강한 성인은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
STEC의 오염 경로는 다양하다. 패티가 아니라 햄버거에 함께 들어간 ‘덜 씻긴 야채’가 감염원이었을 수도 있다. 철저한 위생관리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 등 해외에선 이미 35년 전부터 HUS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감염자는 대부분 영유아였다. 법적 소송 끝에 책임을 물어 업체 배상까지 이뤄진 적 있다.
☞ HUS(햄버거병)란…
공식 병명은 용혈성요독증후군. 장출혈성대장균의 일종인 STEC에 감염돼 신장 기능이 손상되는 병이다. 주로 균에 오염된 덜 익힌 육류나 채소 등을 먹었을 때 걸린다고 알려졌다. 발병 초기 설사나 구토, 빈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1982년 미국에서 패티가 덜 익은 햄버거를 먹고 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나와 햄버거병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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