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도 범인 추리에 빠지는 tvN '비밀의 숲'

입력 2017-07-07 17:25  

[ 마지혜 기자 ] 검찰 스폰서였던 한 사업가가 살해됐다. 범인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범인의 정체를 모른다. 극은 시청자에게도 모든 것을 다 아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시청자도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채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며 범인을 추리해야 한다.

‘누가 봐도 명백히 범인’인 사람이 없다. 모든 이가 저마다 수상하다. 주인공인 검사 황시목이 진실을 추적하고 나선다. 시청자는 자연스레 그에게 자신을 투영하며 그의 주변 인물들을 의심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주인공에게도 미심쩍은 데가 있다. 누구도 온전히 믿을 수 없다. ‘범인이 도대체 누구냐’는 궁금증에 시청자 마음이 달아오른다.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사진)이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전개로 호평받고 있다. ‘비밀의 숲’은 의문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한 엘리트 검사가 의로운 경찰과 함께 검찰청 내부 비밀을 파헤치며 진짜 범인을 쫓는 내용의 추리 드라마다. ‘나인’ ‘시그널’ 등으로 장르물 열풍을 이끈 tvN이 지난달 10일 방송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조승우 배두나가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다. 조승우는 어릴 적 뇌수술을 받은 뒤 감정을 잃어버리고 오직 이성으로만 세상을 보는 차갑고 외로운 검사 황시목으로 분했다. 배두나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가진 의로운 경찰 한여진으로 출연, 황시목과 공조 수사를 한다.

극은 간결하고 빠른 진행으로 스릴러 범죄 드라마로서의 극적인 재미를 고조한다. 여러 경우의 수를 풀어놓으면서 한쪽으로 해석을 몰아가지 않는다. 범인의 꼬리가 잡힐 듯한 순간이면 뒤통수를 치며 시청자를 또 다른 장으로 이끈다. 미궁에 빠진 시청자는 범인을 추적하며 스스로 탐정이 된다.

검사 사회의 비뚤어진 특권의식과 위계질서를 사실적으로 조명하는 점도 볼거리다. 어렵게 공부해 검사가 됐으니 적당히 대접받고 살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과 자신들이 법 위에 군림한다는 오만함에 사로잡힌 일부 검사의 모습이 세밀하게 묘사된다. 잇단 비위로 개혁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현실 속 검찰 모습과 맞물리며 몰입도를 높인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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