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같이 매우 중요한, 그러면서도 논쟁과 논란의 소지가 있는 내용들이다. ‘재벌기업 과잉투자론’만 해도 유가증권시장의 대형주 비중과 국민연금 보유주식 중 대기업 비율을 정확하게 계산해봐야 한다. 국민연금이 시가총액에 비례해 시장 중립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주장이다. 재벌주식의 범위, 주가변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 여부 등을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자칫 또 다른 형태의 ‘재벌 때리기’로 변질되지 않을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벤처 투자를 늘리라는 대목에서는 가입자 2100만 명의 노후가 달린 국민연금의 본질을 간과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 원금손실 위험이 높아지는 투자라면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사회책임 투자론’도 재정이 투입되는 정부 사업과 사회적 부조망인 국민연금을 구별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오류로 볼 수밖에 없다. 과거 정부 때도 종종 시도됐던 이른바 연금사회주의에 발동을 거는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를 만한 상황이다. 그는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논란이 돼온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주문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고령화 시대에 다수 국민의 노후가 달린 국민연금기금을 정부가 쌈짓돈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다. 이전부터 진보·보수 정부 차이가 없고, 국회도 다를 바 없다. 국민연금을 멋대로 동원하겠다는 선심 공약은 선거 때면 되풀이되는 정치적 고질병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까지 국정기획위원회가 편성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부 간섭과 국회의 개입을 차단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 그 바탕에서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기금 고갈을 늦추는 최선의 길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관여한 의혹 등으로 전직 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재판받는 게 보이지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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