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알프스의 숨결 담긴 스파클링 와인…섬세한 거품, 우아한 질감에 반하다

입력 2017-07-09 16:04  

나보영의 걸어서 와인 속으로 - 프란치아코르타


무더운 여름엔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이 제격이다. 문득 만년설이 쌓인 알프스 인근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이 생각난다. 알프스라고 하면 보통 스위스만 떠올리기 쉽지만 실은 스위스,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6개국에 걸쳐 있다. 동서로 길게 뻗은 산맥의 중간 허리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Lombardia) 지방을 지난다. 패션의 도시로 유명한 밀라노가 바로 이 롬바르디아 지방의 주도다.

롬바르디아에는 알프스의 빙하수가 고인 호수를 낀 마을이 많다. 와인 생산지로는 이탈리아 최고 품질의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는 프란치아코르타(Franciacorta)가 으뜸이다. 알프스의 화산활동으로 흘러내린 빙하토에는 영양이 풍부하고, 빙하수가 고여 형성된 호수는 적정 기온을 지켜준다. 여기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은 지역 이름을 따서 프란치아코르타라고 부른다. 이탈리아 원산지 명칭 제도에 의해 ‘프란치아코르타 D.O.C.G’로 지정돼 정해진 포도품종, 수확량, 숙성 기간 등을 따른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든 것을 샹파뉴(영어로 샴페인)라 칭하는 것과 같다. 프란치아코르타도 샴페인과 마찬가지로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품종으로 만들며 2차 병 숙성을 거쳐서 완성된다. 작고 섬세한 거품과 부드럽고 우아한 질감이 무척 매혹적이다.

프란치아코르타에 며칠 머문 적이 있다. 이탈리아 최정상의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 벨라비스타(Bellavista)를 방문했다. 1976년 설립된 벨라비스타는 1979년에 첫 와인을 생산한 뒤 단숨에 최고의 프란치아코르타 생산자로 거듭났다. 현재 약 200만㎡의 가족 소유 포도원에서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 비앙코 등을 재배한다. “포도는 전부 손으로 수확해 품종마다 따로 파쇄하고 압착합니다. 각각의 무게와 밀도를 고려해 최대한 부드럽게 압착하죠. 그 뒤에 섬세한 구조감이 형성될 수 있도록 작은 오크통(228L)에서 발효합니다.” 마지막으로 4~7년 정도의 병 숙성 과정을 거친다고 와인 메이커는 설명했다.

이후에는 벨라비스타의 여러 와인과 롬바르디아 고장 요리를 맛봤다. 이탈리아 북부 요리 방식의 특징 중 하나는 중부나 남부에서 올리브유를 쓰는 것과 달리 버터를 주로 쓴다는 것. 벨라비스타에서 맛본 요리들도 버터로 맛을 낸 것이 많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버터와 안초비로 맛을 낸 토끼고기 카펠레티다. 카펠레티는 작은 모자 모양의 만두 형태를 한 파스타다. 속에 여러 재료를 넣을 수 있는데 이 카펠레티에는 토끼고기가 들어 있었다. 곁들인 와인은 벨라비스타를 대표하는 ‘벨라비스타 프란치아코르타 알마 퀴베 브뤼(Bellavista Franciacorta Alma Cuvee Brut)’이다. 여러 와이너리의 프란치아코르타를 비교 시음할 때도 꼭 등장하는 대표주자다. 본래 간단한 전채 요리와 함께 식전주로 마시거나 생선요리에 곁들이지만, 약간의 육류가 들어간 파스타와도 제법 잘 어울렸다.

벨라비스타 와이너리의 맞은편에는 헬렌 아널드의 저서 ‘죽기 전 가봐야 할 휴양지 1001’에 소개된 호텔 랄베레타(L’Albereta)도 있다. 벨라비스타를 소유한 모레티(Moretti) 가문에서 운영한다. 객실에서 눈 덮인 알프스가 보이고, 레스토랑에서는 포도밭을 바라보며 이 고장 요리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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