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 밀 살리기와 건강한 먹을거리

입력 2017-07-10 20:01   수정 2017-07-11 06:57

이효성 <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성균관대 명예교수) >


가을에 씨를 뿌린 보리나 밀은 망종(이십사절기의 하나·6월5~6일) 무렵에 수확한다. 그리고 이 햇보리와 햇밀은 탈곡과 정곡 등의 과정을 거쳐 소서(7월7~8일) 무렵에 비로소 먹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소서 무렵엔 햇밀로 만든 밀가루로 연한 애호박을 송송 썰어넣은 국수나 수제비를 많이 해먹는데, 이들은 이때 가장 맛이 좋은 시절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무렵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먹는 하얀 밀가루는 대부분 수입한 것이기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이 무렵의 밀가루 음식에서 햇밀의 신선한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게다가 수입 밀가루는 하얀 빛깔을 내기 위해 표백제를 사용하는 데다 수입 과정에서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방부제나 농약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 몸에 해로울 수 있다. 가급적이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우리 밀을 먹도록 해야겠으나, 1991년부터 시작된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도 불구하고 우리 밀의 생산량이 너무나 적어 이를 구하기가 어렵고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

본래 밀은 우리의 주식이 아니었지만 한때 부족한 쌀의 소비를 대체하기 위해 값싼 분식이라는 이름으로 밀가루 음식을 장려하면서 라면이나 빵을 비롯한 밀가루 소비량도 큰 폭으로 늘었다. 게다가 과자류를 비롯해 거의 모든 간식거리도 밀가루가 주원료다. 한국제분협회에 따르면 1965년 1인당 11.5㎏이었던 국내 밀가루 소비량은 2015년에는 33.7㎏까지 증가했다. 그래서 오늘날 쌀보다도 오히려 밀가루가 더 중요한 식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밀은 서양인의 주식이어서 그동안 녹색혁명의 주타깃이 돼 집중적으로 유전공학의 연구 대상이 돼 왔다. 그래서 오늘날 재배되는 밀은 과거의 밀이 아니라 유전공학적으로 완전히 바뀌어버린 밀이다.

그 결과 소출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대신에 여러 부작용도 갖게 됐다.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가 밀가루 음식이 인슐린을 과도하게 많이 분비시켜 오늘날 비만과 당뇨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다.

이런 밀가루 음식의 부작용 때문에 최근 서양의 선진국에서도 녹색혁명으로 유전자가 바뀌지 않은 과거 토종 밀을 구해서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만일 우리가 밀의 식량 자원화에 대비하려 한다면 소출량이 좀 떨어지더라도 유전공학적으로 변형되지 않은 토종 밀을 재배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효성 <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성균관대 명예교수) hslee5151@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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