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 존중한다더니…사법 신뢰 떨어뜨리는 일"
[ 고윤상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판결 최종심이 기약 없는 가운데 행정부의 사법부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행정처분 취소로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자는 의견도 공공연하다.
10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사건은 지난해 4월1일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에 배당돼 521일째 계류 중이다. 판결이 늦어지는데다 정권 교체까지 이뤄지다 보니 장외 힘겨루기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철회를 위한 ‘청와대 앞 연좌농성 및 광화문 3000배’ 농성을 2주째 진행 중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면담도 곧 요구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며칠 전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일단 존중하겠지만 어떤 방법으로 풀어 낼지 함께 고민하고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처분의 ‘직권 취소’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게 교육계 해석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이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직권 취소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법원에서 법외노조가 확정돼도 고용부의 2013년 행정처분을 번복하면 합법화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재정 경기교육감도 비슷한 해법을 강조한다. 얼마 전 그는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나든 정부가 더 전향적으로 교원노조 지위를 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교원노조법을 합법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서도 “접근 자체는 정치적 의도를 가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사법 불신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들 주장대로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행정처분이 번복된다면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행정처분조차 정치화하려는 시도”라며 “그렇게 할 거면 사법부에서 행정심판은 왜 하느냐”고 비판했다. 다른 판사 역시 “여차하면 대법원 판결을 소용없게 만들겠다는 부적절한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야당 정치인은 “교원노조법 개정이 어려울 듯하니 행정처분 취소 같은 무리한 방식을 언급하며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전교조는 해직 교원 9명의 조합 탈퇴를 거부해 2013년 10월 교원노조법에 따라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이후 헌재에 교원노조법 위헌 심판까지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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