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VR 등 IT 기술로 전세계 문화유산 '생생'
조선시대 이상적 도시를 담은 작자 미상의 그림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 폭 4m에 이르는 이 그림에는 2000명이 넘는 사람이 등장해 육안으로는 꼼꼼히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깨알같이 작게 그려진 사람들은 형체만 분간할 수 있는 정도다.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태평성시도는 달랐다. 손가락을 디스플레이에 대고 그림을 확대해보니 가위를 파는 사람, 거울을 보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이 그려진 비단의 직물 짜임새까지 선명히 보였다. 구글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태평성시도를 특수 카메라로 찍어 고해상도의 기가픽셀 이미지로 디지털화한 덕분이다.
구글의 첨단 정보기술(IT)과 전세계 문화유산이 만난 문화·예술 체험 공간이 서울에 문을 열었다. 구글의 온라인 예술작품 전시 플랫폼인 '아트 앤 컬처'와 국립중앙박물관이 올 여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구글과 함께하는 반짝 박물관'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구글 아트 앤 컬처의 오프라인 체험공간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랑 가보 구글 아트 앤 컬처 랩 총괄은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술의 발전으로 문화를 체험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며 "우리는 기술과 예술,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내 어린이박물관에 마련된 반짝 박물관은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기가픽셀 등 첨단 IT 기술을 통해 세계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단순히 디지털 콘텐츠를 오프라인에 전시한 게 아니라 체험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박물관을 즐길 수 있게 구성했다.
관람객은 VR 기술과 전자 그림판, 틸트 브러시를 활용해 3차원(3D) 가상 공간에서 그림을 감상하거나 그릴 수 있다. 국내외 미술 작품은 기가픽셀 단위로 디지털화돼 있어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
구글의 VR 기기인 '카드보드'에 스마트폰을 끼워보면 전세계 유적지로 순간 이동하는 체험도 가능하다. 외국에 있는 미술관에서 직접 거닐듯 움직이며 작품을 하나씩 구경할 수 있다.
구글과 함께 하는 반짝 박물관은 이날부터 다음달 27일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박물관에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은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참가할 수 있다.
2011년 설립된 구글 아트 앤 컬처는 전세계 70개국 1200여개 파트너 기관들과 함께 문화유산과 유적지, 예술작품 등을 온라인에 전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2013년 구글 아트 앤 컬쳐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로랑 가보 총괄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처럼 첨단 기술을 적극 수용하려는 박물관이 있을 때 우리에게도 새로운 도전 기회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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