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원건수 4276건, 작년 동기대비 64% 급증
다른 부처 소관이 절반
공정위 직원들 난감
"국민들 기대·열망 알지만 본 업무에 지장 줄 수도"
[ 황정수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그중에서도 가장 바빠진 과(課)는 어디일까. 공정위 직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프랜차이즈 시장을 담당하는 ‘가맹거래과’, 일감 몰아주기를 조사하는 ‘시장감시총괄과’, 신고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사무소 소속 과들의 업무 강도가 세진 것은 분명하지만 ‘1등’은 따로 있다. 민원 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고객지원담당관실이다. 지난 10일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다양한 갑을관계 관련 민원 해결 요청이 쏟아져 제한적인 공정위의 자원을 개별 민원을 해결하는 데 소진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했을 정도다.
◆지난달 민원 65% 급증
공정위 고객지원담당관실엔 과장을 포함해 총 11명의 직원이 민원 처리 업무를 하고 있다. 이번 정부 출범 전에도 고객지원담당관실은 업무 강도가 약한 과는 아니었다. 위원회 이름에 ‘공정’이 붙어 있어 불공정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한 국민이 온갖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공정한 갑을 관계 척결’과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건 김 위원장 취임 이후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는 게 공정위 직원들의 전언이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라면 억울한 일을 해결해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공정위에 접수된 민원(3187건)은 전년 동월 대비 13.4% 증가했지만 6월 민원 접수 건수(4276건)는 작년 6월(2599건) 대비 64.5% 뛰었다. 작년 6월엔 직원 한 명이 하루에 8.6건의 민원을 처리했지만 지난달엔 14.3건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국토부 금융위 민원이 공정위로
공정위 직원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조직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와 열망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접수된 민원의 절반 정도는 공정위와 무관한 내용이어서다. 예컨대 부실시공, 카탈로그와 다소 차이가 있는 인테리어 등 아파트 관련 분쟁 관련 민원이 가장 많고 ‘스마트폰을 비싸게 샀다’는 민원, ‘부녀회가 아파트값을 담합한 것 같다’는 제보 등도 쏟아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는 담합 요건은 ‘사업자’ 간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에 대해 공동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부녀회는 사업자단체로 볼 수 없고 개인이 자기 재산을 내놓는 행위는 ‘상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에 신고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회사를 옮긴 보험중개인이 이직에 따른 불이익’을 신고하거나 ‘김 위원장은 경호상의 이유로 대중교통을 타면 안 된다’는 민원도 들어왔다.
◆‘공정위 이름 바꾸자’ 주장 잠잠
민원 폭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도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공정위가 민원 처리 기관이 된 것 같다”고 고충을 에둘러 표현했다.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영역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한 규제와 제도 개선이 주요 업무인데, 공정위 직원들이 민원 처리에 주력하다 보면 업무 역량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 정부에선 공정위에 온갖 민원이 쏟아지는 원인 중 하나가 ‘부처명’ 때문이라며 유럽연합(EU)처럼 ‘경쟁위원회’ 등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이런 여론은 쑥 들어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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