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위챗페이와 협력
영업력 인정받아 일본 공동진출
"중국인 관광객 많이 찾는 동남아·호주 등으로 확대"
[ 윤희은 기자 ] 하나카드가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회사인 위챗페이와 손잡고 일본 결제대행 시장에 진출한다. 하나카드는 일본을 발판으로 동남아시아 등지로 해외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선 카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데다 정부의 규제 등으로 인해 신성장동력을 찾기 힘들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다음달부터 일본 내 위챗페이 결제내역에 대한 모바일 전표매입 대행을 한다.
중국 소비자가 위챗페이를 통해 결제하면 매입 대행 사업자인 하나카드가 우선 결제대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위챗페이가 하나카드에 해당 결제대금을 주게 된다. 하나카드는 이 과정에서 수수료 수입을 얻는다.
하나카드는 이와 함께 아직 위챗페이 결제 프로그램을 탑재하지 않은 일본 내 결제단말기(POS)에 해당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영업도 병행한다. 더 많은 위챗페이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통상 밴(VAN·결제대행)사가 맡는 이 사업을 하나카드가 이례적으로 맡게 된 것은 위챗페이와의 ‘특별한 인연’ 덕분이다. 하나카드는 2015년 6월 국내에 위챗페이 결제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하며 매입 대행 사업자로 나섰다. 당시 국내 가맹점 결제단말기에 전무하던 위챗페이 결제 프로그램을 새롭게 설치해 나가며 위챗페이 확대를 적극 지원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위챗페이가 하나카드의 정보 분석력 및 영업력을 높이 평가해 일본 사업도 공동으로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8억 명 이상의 중국인 이용자를 보유한 위챗페이는 지난해부터 한국·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일본 내 5만 개 이상의 소매점포에 연결돼 있는 결제단말기 회사 ‘인컴재팬’과 협업해 사용처를 대폭 늘렸다. 일본 내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600만 명에 달했다.
하나카드는 앞으로 다른 국가에서도 위챗페이와 협업을 이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일본 내 성과를 토대로 태국·호주 등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다른 국가에서도 같은 사업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처럼 하나카드를 통해 다양한 해외 시장에 참여하면서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카드는 결제시장에서 기술력과 영업력을 동시에 갖춘 자회사”라며 “위챗페이 외에도 해외 매입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4월 미얀마의 결제대행회사인 MPU와 현지 지급결제 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시기 중국 지린은행과도 협약을 맺어 중국 결제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 중이다. 같은 해 8월에는 베트남 진출을 두고 베트남투자개발은행 등과 실무협약을 체결했다.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사진)은 “해외진출 및 모바일채널 확대 등 신시장 개척에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KB국민카드는 미국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고, 하나카드는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며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를 강제 인하하고 부가세 징수를 카드사에 대행시키는 등 반시장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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