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약, 중국 제약업체와 1100억 규모 수출 계약
개발 비용 신약의 5분의 1지난해 생산액 2946억
다중질환 환자 늘어나며 복합제로 복용 부담 줄여
[ 김근희 기자 ] 복용하기 편하도록 의약품 제형을 바꾸거나 복용 횟수를 줄인 개량신약이 수출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미약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원제약 서울제약 등이 개량신약을 내세워 해외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개량신약은 신약은 아니지만 단순 복제약(제네릭)보다는 부가가치가 높다. 최근 수출 성과도 잇따르고 있다. 의약품 원료나 복제약 수출에 치중하던 국내 제약업체들이 개량신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 시장 넓히는 개량신약
중견 제약사인 서울제약은 지난달 중국 제약업체 쑤저우광오헬스케어(GHC)와 10년간 1100억원 규모의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를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중소 제약사 씨엘팜도 지난달 카자흐스탄과 멕시코에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가 수출하는 제품은 알약 형태인 발기부전 치료제를 입에서 녹는 구강붕해필름(ODF)으로 만든 개량신약이다.
대원제약은 항암보조제 메게스트롤 현탁액,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혈전치료 개량신약인 실로스탄정과 소염진통제 클란자CR정 등 개량신약의 임상을 중국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클란자CR정 판매허가도 받았다.
국내 1호 개량신약은 2009년 허가받은 한미약품의 혈압강하제 아모잘탄이다.
아모잘탄은 그해 다국적 제약사인 MSD를 통해 수출됐다. MSD는 아모잘탄을 코자 엑스큐라는 제품명으로 5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1월에도 MSD와 고지혈증 개량신약 로수젯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MSD는 한국을 제외한 23개국에서 이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에서 자신들의 브랜드명을 달고 판매할 만큼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매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용법·용량 개선…개량신약 개발 붐
개량신약 개발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내 개량신약 허가 건수는 2015년 19건에서 지난해 24건으로 늘었다. 신약 개발에는 평균 12년이 걸리고 비용이 1000억원 이상 든다. 이에 비해 개량신약은 이미 허가된 제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임상시험 기간이 짧고 그만큼 개발 비용도 적게 든다.
개량신약 개발에 걸리는 기간은 4~5년 정도다. 개발비용도 신약의 5분의 1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 상당수가 개량신약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개량신약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개량신약 생산액은 전년보다 47% 증가한 2946억원이었다. 지난해까지 82개 개량신약이 국내 시장에 나왔다. 이 중 9개 품목이 매출 1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업계에서는 개량신약의 복용 편의성, 효능 등의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이 동시에 생기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약 크기를 축소하고 복용 횟수를 줄이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보유한 자원을 개량신약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칫 신약 개발이 늦춰질 수 있다”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개량신약
이미 허가받은 제품을 필름, 패치, 스틱 등 새로운 제형으로 바꾸거나 다른 기능을 합친 약. 기존 제품보다 복용 편의성 등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단순 복제약과는 다르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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