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키덜트·마니아·프레디족까지…장난감 재미보는 유통가

입력 2017-07-12 16:27  


#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1층에는 오전부터 1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간간히 아이들이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은 20~30대 젊은 남성이거나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아빠들이었다. 이들의 눈은 1층 광장에 놓여있는 커다란 경주용 트랙에 쏠렸다. 롯데월드몰이 타미야 미니카 대회에 나갈 한국 대표를 선발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트랙이다. 이날 광장은 미니카 마니아와 키덜트족, 프레디(친구+아빠)족이 한데 엉켜 뿜어대는 열기로 뜨거웠다.

유통업계가 급증하는 키덜트족을 잡기 위해 장난감에 욕심내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인 키덜트존을 확대하고 유명 키덜트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적극 나선다.

마니아, 프레디족 등을 포함한 키덜트족 관련 시장은 해마다 20% 이상 성장해 지난해 1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백화점 AK플라자는 최근 수원 타운점에 있던 키덜트존을 확대해 187평(621m²)에 달하는 대형 매장으로 새 단장했다.

이곳에는 건담베이스와 마블스토어를 비롯해 타미야 미니카, 레고, 드론(헬셀) 등 다양한 키덜트 브랜드를 유치했다.

특히 건담베이스는 건담 프라모델 전문샵으로, 일본 장난감 업체 반다이의 국내 10번째 매장이다. 경기도에서 건담베이스 매장이 생긴 건 수원 타운점이 처음이다.

건담 프라모델은 각 등급별, 시리즈별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상품을 가장 먼저 구매하려는 키덜트족이 몰리면서 긴 줄이 늘어서기도 한다.

AK플라자는 최근 1~2년 사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키덜트족을 잡기 위해 키덜트 브랜드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이마트도 키덜트족 공략에 적극 나선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주도해 만든 체험형 키덜트 매장인 일렉트로마트는 2015년 6월 일산 킨텍스점에 처음 생긴 뒤 현재 11개까지 늘어났다. 이마트는 올해 안에 7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일렉트로마트는 드론, RC카, 피규어 등을 한데 모아놓은 매장으로 정 부회장의 키덜트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이곳의 특징은 단순한 쇼핑보다는 체험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키덜트족이 매장에서 맥주도 마시고 오락도 즐기면서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해 자연스럽게 구매를 유도하는 식이다.

롯데월드몰은 레고스토어와 아트토이샵, 피규어 복합문화공간 등 키덜트 취향에 맞춘 공간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어른이(어린이+어른)들의 인기 장소 중 하나로 떠올랐다.

롯데마트도 지난 4월 문을 연 서울 양평점에 무선 자동차와 드론을 조종해 볼 수 있는 시연 공간과 함께 각종 캐릭터 피규어를 판매하는 키덜트존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2월 판교점에 레고스토어를 유치했다.

유통업계가 키덜트족에 주목하는 건 이들이 가진 강력한 구매력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피규어나 한정판 미니카 등을 사는 데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키덜트족은 내수 침체로 부진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에서 큰 손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AK플라자는 2014년 말 수원 타운점에 키덜트존을 처음 선보인 이후 매출이 급성장했다. 수원역을 이용하는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 키덜트족에게 이곳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0% 이상 급증했다.

이마트의 경우 일렉트로마트를 찾은 키덜트족이 다른 매장으로도 발걸음하면서 매장 당 매출이 11~13% 가량 증가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취미 생활을 위해 지출하는 키덜트족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에 맞춰 유통업계도 취미와 여가를 맞춤형으로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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