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마술처럼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한 소통하기

입력 2017-07-12 18:25   수정 2017-07-13 07:01

디지털프라자의 '버튼 인터넷' 서비스처럼
대면접촉 부담 없는 무언(無言) 접객 서비스 확산
스마트한 소통, 그런 관계만이 지속가능해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장 >



미국의 ‘아마존Go’가 영상이해 기술을 통해 매장 계산대 앞에서 줄서는 모습을 없애는 비전을 발표하는 동시에 한·중·일의 편의점 모두 준비 중이던 무인계산대 방식을 공개하고 실험을 시작했다. 결제 방법과 구매 확인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고객이 계산대에서 기다리기보다 차라리 알아서 결제하고 나가겠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에 투자하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브랜드숍 ‘이니스프리’에는 입구에 두 종류의 바구니가 있다. ‘혼자 볼게요’ 바구니와 ‘도와주세요’ 바구니.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집어든 고객에겐 상점 직원이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혼자 편하게 구경하고 싶어도 말을 걸어오는 직원이 있어서 상점에 들어가기를 주저했던 고객이 이 상점에서는 부담 없이 입장해 여러 상품을 구경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무언(無言)접객 서비스가 소리 없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난 6월 NHK가 보도했다. 의류 업체 어반리서치는 ‘말을 걸 필요가 없는 쇼핑백’을 매장 입구에 걸어 ‘침묵의 접객 서비스’를 시작했고, 도입 결과 점원들이 조언이 필요한 고객 응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발견했다. 교토에서 시작된 ‘침묵 택시’를 타면 운전기사가 승객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특히 여성들은 남성 택시 기사가 신변잡기 질문을 하는 것에 많은 불만이 있었고, 필자도 택시 또는 버스에서 원치 않는 라디오 방송이나 시끄러운 흘러간 ‘뽕짝’소리에 질색하곤 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유통매장 디지털프라자에 버튼 인터넷 서비스를 도입했다. 냉장고, TV, 세탁기, 에어컨, 노트북, 스마트폰 옆에 버튼이 붙어 있어 고객이 버튼을 누르면 상품 설명이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전달된다. 신상품인 노트북이 얼마나 가벼운지 들어보라고 안내하기도 하고 스마트폰 배터리 팩으로 노트북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주기도 한다. 기존에는 이 상점을 방문하는 것이 고객에게도 부담이었다. 말끔하게 차려 입은 직원이 미소를 띠면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하면 오히려 고객은 긴장한다. 그래서 직원과 고객은 매장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마주 보며 주춤거리기 일쑤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고객은 부담스러워 매장을 방문하고 싶지 않게 된다.

상점에서 고객이 버튼을 눌러 상호작용한 기록은 실시간으로 본사에 전달된다. 현재는 대표적 매장 세 군데에서 시험운영하고 있는데 전국 500개 디지털프라자 매장에 적용되면 각 매장에서 오늘 현재 고객이 어떤 제품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프로모션을 한번에 매장 방문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고 반응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은 버튼을 누르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매장을 벗어나서도 스마트폰으로 매장과 소통을 유지할 수 있고 상점으로부터 선물, 주변 상권 안내 등 여러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고객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스마트(smart)하고 지속 가능한(sustainable) 방법을 찾으라고 답하고 싶다. TV 리모컨은 기성세대에게는 고마운 도구지만 10대, 20대에겐 불필요한 버튼이 너무 많이 달린 기괴한 물건이다. 그 이상한 물건을 쓰고 싶지 않아서 어린 세대는 가정용 TV를 점점 멀리하고 있다. 차라리 스마트폰으로 TV 콘텐츠를 소비한다. 각종 전시회 부스에서 나눠주는 종이 팸플릿은 더 이상 스마트하지도,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전시회의장을 나가면서 대부분의 참관객은 값비싼 종이에 정성스럽게 인쇄된 팸플릿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버려지는 순간 종이 팸플릿은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 고객과의 연결도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된다. 매장이나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키오스크도 마찬가지다. 일견 스마트해보이지만 지속 가능하지는 않다.

마술은 누구나 즐거워한다. 고객에게 마술을 선보이는 듯한 스마트한 서비스를 제공하자. 그리고 그것을 고객의 스마트폰에 담아보자. 그렇게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하자. 그것이 스마트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이다.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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