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스타트업, 한국서 창업했다면 절반 이상이 규제에 막혀 태어나지 못했다

입력 2017-07-13 17:43   수정 2017-07-14 06:52

아산나눔재단·구글캠퍼스, 서울 스타트업 정책 제안 발표회

규제가 스타트업 성장 막아
한국서 사업하면 13곳 불법…44곳은 조건부로 사업 가능
한국 창업 생태계 환경, 65개국 중 49위로 낮아



[ 이승우 기자 ]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100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한국에서 규제에 막혀 사업을 시작도 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스타트업의 규제 장벽을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캠퍼스서울은 13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타트업 코리아 정책 제안 발표회’를 열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투자받은 스타트업 가운데 누적 투자액 기준 상위 100개 업체가 한국에서 사업할 경우 13곳은 불법이었고 44곳은 사업 모델 일부를 바꾸는 등 조건부로만 사업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표를 맡은 김수호 맥킨지코리아 파트너는 “글로벌 혁신 모델 사업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는 제대로 꽃피울 수 없거나 시작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타트업하며 법률 전문가 됐다”

대표적 차량 공유 스타트업 우버와 중국의 디디추싱은 한국에서 운수사업법에 가로막혀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는 숙박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개인이 유휴 주거시설을 공유할 수 없어 제대로 사업을 하기 어렵다.

유망 분야인 핀테크(금융기술)와 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알리페이를 서비스하는 중국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클라우드에 기반한 금융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에 한국에선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업무위탁에 관한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약을 만든 모더나테라퓨틱스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된다.

김 파트너는 “올해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 지수에서 한국의 창업 생태계 진입 환경은 조사 대상 65개국 중 49위였다”며 “높은 규제 장벽이 국내 스타트업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 이후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핀테크 스타트업 레이니스트의 김태훈 대표와 카풀 플랫폼 풀러스의 김태호 대표 모두 “사업하면서 법률 전문가가 됐다”고 했다.

◆“데이터 인프라 개선해야”

보고서는 이 같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방형 규제 체제로의 전환과 규제의 신설 및 강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 마련, 전통 산업 종사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안전망 구축 등을 제안했다. 김 파트너는 “우버와 같은 서비스는 한국에서 택시기사의 사업권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영업 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선 우버 이용 횟수당 20센트의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의 25%를 택시 업계 지원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상생의 길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데이터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 데이터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모호한 개인정보 규제를 완화해 개인 확인이 불가능한 비식별 개인정보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육성해 스타트업 간 인수합병(M&A)을 유도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기업가정신 교육과 사회안전망을 늘려야 한다는 해법도 제안됐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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