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생도 가세…"초등학교 강사 정규직화 반대"

입력 2017-07-13 19:45   수정 2017-07-14 05:42

갈길 먼 정규직 전환

본관 점거·집단 시위·삭발식…격화되는 학내 비정규직 갈등

"일괄 전환시 교대생 역차별"
강사들 "10년간 저임금…문재인 대통령이 나서달라" 호소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 본관 점거로 학생과 마찰



[ 이현진 / 성수영 기자 ]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노노(勞勞) 갈등’에 예비교사인 전국 교육대생들이 가세했다. 학교 문제로 예비 교사인 교대생들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학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의 전선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청소·경비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이화여대 비정규직 250여 명도 ‘최저 시급 인상’을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이해집단 간 논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는 정부 정책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청년 취업 문제’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라는 모순된 과제를 마주했다는 분석이다.

◆꼬여가는 ‘학내 비정규직’ 문제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전날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어 초등학교 ‘전일제 강사의 무기계약직 전환’과 관련한 성명을 내기로 했다. 영어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을 준(準)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 교대의 존립이 위협받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당장 취업이 걸린 문제라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서울교대, 부산교대 등 10개 교육대학과 한국교원대 등 3개 초등교육학과가 모인 단체다. 박정은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의장은 이날 “전문적인 초등교원을 양성한다는 교대의 목적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임용고시라는 정당한 방법으로 초등교사를 희망하는 교대생에게 역차별”이라고 덧붙였다. 영어 체육 등의 교과목을 가르치는 전일제 강사들이 무기계약직으로 바뀌면 그만큼 교사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의 영어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 초등학교 전일제 강사제도는 2008년 도입됐다.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 등을 적용받으며, 기간제법 제외 대상이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고 11개월씩 ‘쪼개기 계약’이 성행한다. 150만원 수준의 월급은 지난 10년간 12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교대생들은 전일제 강사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한다. 일부 강사는 ‘재계약 시 영어공인점수 기준을 낮춰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어전문강사 중 교직을 이수하지 않은 사람도 20%에 달한다.

학교 비정규직들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10년째 이어가는 비정규직 설움을 이번에 끊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일제 강사들은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신을 지켜 강사의 고용 안정에 나서야 한다’며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삭발식도 했다.

이들은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스포츠강사 등의 생활 안정을 약속했다”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생활 10년을 끝내기 위해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인 문 대통령이 나서달라”는 호소다.

◆과격해진 집회…본관 농성까지

대학에서도 비정규직 갈등이 확산일로다. 이대 비정규직 노동자 250여 명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1만원’이 또 무산되자 지난 12일 학내 본관 점거까지 했다. 6950원인 시급을 최소 7780원까지 올려달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이들은 “김혜숙 총장은 ‘촛불 총장’이라는 상징에 맞게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려대에서도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앙광장 지하에서 앰프를 틀고 집회를 열었다.

비정규직의 이 같은 실력 행사에 대해 학교 구성원들의 호응은 그리 크지 않다. 지난해 ‘이대 사태’ 때 집회에 참여했다는 재학생 A씨(22)는 “학교 정상화를 위해 들었던 촛불이 일부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왜곡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이대 교직원도 “김 총장이 직접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파업과 농성을 강행한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고려대에서도 중앙광장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현장으로 달려 나와 ‘시끄럽다’고 항의하며 집회를 저지했다.

이현진/성수영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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