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AI 규제 필요하다…단, 무지나 공포 때문이어선 안돼"

입력 2017-07-13 20:13   수정 2017-07-14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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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호모 데우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


[ 심성미 기자 ] ‘앞으로 다가올 기술혁명은 대부분의 인류를 쓸모 없는 잉여계급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의 지휘권은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 넘어갈 것이다.’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신작 《호모 데우스》(김영사)에서 이야기한 인류를 향한 경고는 섬뜩하기만 하다. 전작 《사피엔스》부터 《호모 데우스》까지 젊은 석학은 늘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3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나 신작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인간이 기술에 종속될 수 있다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개발 자체를 반대합니까.

“AI 기술의 영향력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기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해에 기반한 규제’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지나 공포에 기반한 규제여서는 안 됩니다. AI에는 분명 긍정적 잠재력도 있습니다. 좋은 규제는 반드시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1017년 한국에선 40년 뒤를 예측하는 것이 비교적 쉬웠습니다. 그러나 2017년에는 40년 뒤를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시피 합니다. 인간이나 드론이 아니라 로봇을 이용한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고, 행정 분야에선 인간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더 중요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후대에 이런 혼돈, 무지, 변화의 세계에서 잘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구체적 정보나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정신적 균형이나 유연성을 훈련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AI에 대한 우려가 과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AI 로봇은 지능뿐 아니라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을 정복하려는 욕망으로 전쟁을 일으키죠. 사람들은 10~20년 뒤 이런 일이 일어날까 걱정합니다. 컴퓨터의 지능이 지난 50년간 놀라우리만치 발전한 건 사실이지만 ‘컴퓨터의 의식’에 관한 기술 개발은 하나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로봇 반란’에 대한 두려움엔 아직 근거가 없는 셈입니다. 그러나 의식이 없는 AI로 인해 공장 노동자부터 기자까지 수십억 명이 직업을 잃을 가능성은 큽니다. AI 기술을 소유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빈부 격차 또한 커질 수 있습니다.”

▷AI 시대 ‘잉여계급’을 위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게 답일까요.

“유럽에서 시작된 기본소득제는 흥미로운 제안이지만 완벽한 답은 아닙니다. 예컨대 섬유산업을 자동화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된다면 AI산업이 발달한 한국 미국 등은 흥하겠지만 싼 노동력으로 경제를 지탱해온 방글라데시나 과테말라는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세금을 더 걷어서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없게 될 겁니다. 핀란드 국민이 세금을 더 걷어 방글라데시를 돕지 않는 이상 노동집약적 국가에서 일어날 문제는 기본소득제로는 해결되지 못할 겁니다.”

▷세계적 차원이나 국가 간 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까요.

“AI와 생명공학 기술이 합쳐지고 20년 정도 지나면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잠재력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19세기의 일이 다시 재연될 수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1차 산업혁명을 먼저 거친 나라는 그렇지 못한 국가를 침략하고 착취했습니다.”

▷하라리의 독서법이 궁금합니다. 명상도 자주 한다고 들었습니다.

“광범위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인류의 행복, 자본주의 역사 등 큰 질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너무 미시적인 정보에만 빠져버리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여러 가지 연구나 책에 질질 끌려다닐 수도 있으니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 두 시간씩 명상을 합니다. 지난해에는 45일간 휴대폰, 인터넷을 전혀 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정신적 균형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

▷다음에 저술할 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사피엔스》에서는 인류의 과거, 《호모 데우스》에선 인류의 미래를 다뤘으니 다음은 인류의 현재에 대한 책을 써보려 합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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