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의 교육라운지] 조희연 교육감의 '두 얼굴'

입력 2017-07-14 15:11   수정 2017-07-15 08:48

자사고 재지정 발표 땐 '제도주의자' 면모
시국선언 교사 징계철회 "法해석 달라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8일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 흐름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자신의 교육철학과 새 정부 방침, 바뀐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반전에 가까웠다. 이날 5개 자사고·외고·국제중 ‘재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가 언급한 문구를 이어보면 이렇다.

“행정적 일관성과 합리성을 견지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저를 향해 돌을 던질지언정… 원숙한 다음 단계로… 제도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평가라는 규정상 행정 행위와 자사고 폐지라는 제도 개선 사이에는 엄연한 간극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자사고·외고 폐지의 첫 시험대에 섰음에도,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일관된 정책적 소신에 부합하지 않음에도, 조 교육감은 반대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다른 방법을 찾자고 했다. 제도적 해법, 즉 법 개정을 통한 일반고로의 일괄 전환이었다.

A4 용지 9장에 빼곡하게 적어 내려간 회견문 곳곳에 고뇌가 묻어났다. 입맛에 맞춰 인위적으로 개입·왜곡하지 않았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임한 조 교육감은 ‘제도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높이 평가할 만했다.

그랬던 조희연 교육감이 세월호 참사 당시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정치적 맥락이 달라지면 법 해석도 달라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행법에 어긋난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으로부터 공무원 범죄처분 결과 통보를 받은 교육기관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한 달 안에 징계위를 열어 징계 의결을 요구해야 한다.

교사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자고 주장할 수 있다. 단, 절차에 따라 징계위를 열고 그 안에서 다투는 게 ‘제도적 해법’일 터이다. 조 교육감 스스로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징계 요구는 타당하다”고 했다. 자의적인 ‘법 해석’을 법보다 앞세웠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세월호 진상 규명,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내용이 어떻든 법을 어겼으니 문제가 된 교사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교사도 그러한 주장을 할 수 있다거나, 정치적 사안에 있어 교사에 기계적 중립을 요구하는 현행법을 근본적으로 검토해보자는 논의를 위해서라도, 제도적 절차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

해석은 열려있기 때문이다. ‘촛불 정신’에는 분명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준법의식의 의무도 담겨있다. 조 교육감이 전자에 주목해 후자를 놓친 것은 아닌지 아쉽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 해석이 달라지면 현장이 혼선을 빚는다”는 교육계 우려를 흘려들어서는 곤란하다.

진보 정권이 들어선 영향으로 법 해석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은,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 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말과 동의어다. 이미 조 교육감은 자사고·외고 폐지 문제가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게끔 법 개정을 제안했다. 이 사안에 대해서도 동일한 해법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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