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초기인 만큼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문 대통령 특유의 ‘공감형 리더십’이 각계각층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한 면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가적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고, 결과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지도자 역할이다. 일에는 경중(輕重)과 선후(先後)가 있다.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는 법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문 대통령 스스로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 너무 많다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국민안전뿐 아니라 탈(脫)원전, 농업, 새만금, 전북, 해양수산, 올림픽, 성평등, 강릉 산불피해 등까지 직접 챙길 것을 약속한 바 있다. 물론 강한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그에 비례해 국민의 기대와 요구의 폭도 커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결코 가벼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세세한 ‘디테일’까지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럴수록 실무 관료들의 운신 폭이 좁아지고, 부작용에 대한 검토도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버스 사고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졸음운전방지장치 의무화 검토를 지시했지만, 대당 400만~500만원의 비용도 만만찮은 문제다. 차라리 교통사고 종합대책을 강구하도록 했더라면 더 현실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이 대입 전형료 인하까지 일일이 언급한 것도 대학 자율성 측면에선 적절하다고 보기 힘들다.
대통령이 다 할 수도 없고, 다 해결해줄 수도 없다. 그러길 원한다면 그야말로 만기친람하는 ‘제왕적 대통령’을 바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대통령은 민원 해결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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