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부터 빠른 주행까지 겸비
신형 E클래스와 큰 차이 없는 외관 아쉬워
메르세데스벤츠는 소비자의 머릿속에 ‘고급차’로 자리 잡고 있다. 다시 말하면 쇼퍼드리븐(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차) 느낌이 강한 브랜드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이러한 이미지는 180도 달라진다. 강한 출력과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는 ‘고성능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AMG가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어서다.
최근 메르세데스 AMG E 43 4매틱(사진)을 직접 타봤다. 250㎞가량 달리는 동안 숨겨진 괴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신형 E클래스와 큰 차이가 없는 외관은 아쉬움이 남는다.
운전석에 앉으니 버킷 시트가 허리를 꽉 감싸 긴장감을 준다. 조심스레 가속페달을 밟자 앞으로 튀어 나간다. 권투 선수가 잽을 뻗는 것처럼 툭툭 움직이면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자 움직임은 더욱 거칠어진다. 엔진을 깨울수록 차체 아래에선 ‘그르렁’거리는 배기음이 더 크게 귓전을 울렸다. 속도감과 아름다운 엔진 소리는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고속주행에 나서자 순식간에 시속 110㎞를 넘어섰다. 더 속도를 냈지만 엔진 회전수(rpm)가 3000을 넘어서지 않는다. 마치 “이 정도는 가뿐하다”며 운전자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AMG E 43 4매틱은 최대 401마력과 53.0㎏·m 토크를 도로 위에 토하듯 쏟아낸다. 2t에 가까운 무게를 쉴 새 없이 몰아부쳐 모든 길이 쉽고 강렬하다. 앞뒤 31 대 69로 구동력을 나누어 전달하는 4륜구동 시스템은 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질 틈을 주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도 AMG E 43 4매틱은 흔들림이 없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마이너스(-) 캠버 각 덕분에 한층 매끄러운 코너링이 가능했다.
특히 응답성을 새로 손본 9단 자동변속기는 꽤나 촘촘하다. 그만큼 운전하는 재미가 있고 동력 손실이 적은 느낌이 든다. 다만 이따금 과할 정도로 rpm을 끌어올려 가속에 방해가 됐다.
적잖은 사람들이 고성능차에 대해 그 힘을 제대로 쓸 수나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나 일상생활부터 달리기 성능까지 교집합을 찾아낸 AMG E 43 4매틱은 그 존재가치가 충분했다.
실제 일반 주행 모드에선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급가속과 급정거를 반복했는데도 복합 연비는 L당 8.6㎞를 기록했다.
AMG E 43 4매틱은 분명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는 차다. 하지만 신형 E클래스와 그리 다르지 않은 외관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이 차량의 판매가격은 1억1200만원이다.
신형 E클래스와 외관상 차이점은 크롬 소재 라디에이터 그릴과 알로이 휠, 리어 스포일러(고속주행 때 공기의 소용돌이를 없애기 위해 다는 장치) 등 카본 패키지다.
평소 차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고성능차임을 쉽게 눈치 채기 어렵다. 마치 두툼한 외투에 근육질 몸매를 숨겨둔 모습이다. 이밖에 터치가 안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AMG E 43 4매틱은 신형 E클래스 라인업 중 첫 번째 고성능차로 지난 3월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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